...20년 전 누나가 죽은 뒤 왠지 나를 대하는 두 분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 같았다. 살아남았으니까. 또한 그때 이후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계속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확신이 들었다. 예금에 쌓이는 이자처럼 작은 실망들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였다. 이자가 많이 쌓이면 우리는 그 이자를 믿고 편안히 은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남이었다...

...나의 과거는 결핍과 학대로 얼룩지지 않았다. 나는 그 손길이 반가웠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떤가? 나는 그 손길을 원하고, 갈망하고, 반가워했다. 내가 그토록 깊은 상처를 입고 어쩔 수 없이 방랑자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순전히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뼈가 너무 크게 자라버려서. 난 버림받았다. 아이들은 영원히 어린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글래든은 구체적인 이름은 하나도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다른 놈들처럼 학대당했다는 핑계는 내놓았지.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당했대. 반복적으로. 학대당할 당시 그놈의 나이는, 나중에 그놈이 탬파에서 피해자로 삼은 아이들의 나이와 같았어. 이렇게 일이 돌고 도는 거야. 이런 패턴을 자주 봐. 자기 삶이… 파괴된 그 순간에 고착돼 있는 거지."

..나는 여기서 말을 멈췄다. 이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내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면 그 힘에 도취하기 쉬운 법이다. 나는 여러 사실들을 묶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내 능력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밤이 되면, 내가 가장 원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내 마음속 망령이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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