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p.
.. 요리란 원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행위다. 여자든 남자든 아이든 누구나 그럭저럭 만들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새 그 요리가 체력이 받쳐주고 재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면, 뭔가가 잘못된 게 아닐까.

54p.
..뜨끈뜨끈하게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쌀알이 한 알 한 알 자기주장을 하며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갓난아기 같아, 몇 번을 다시 봐도 밀려오는 감동을 억누를 길이 없다. 나는 무사히 출산을 마친 어머니처럼, 아끼는 나무 주걱으로, 아기를 안 듯, 냄비 바닥에서 밥 등을 살짝 들어올린다. 그리고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주걱을 세워 빠르게 섞어 밥알 하나하나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134p.
..껍질과 씨. 사실 딱딱하긴 하다. 잡미와 쓴맛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건 채소와 과일 본연의 맛이 응축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부드러운 부분은 흐릿하고 밋밋한 맛, 어쩌면 ‘아직 아이‘인 맛이 아닐까.

253p.
..아니, 당신은 무력하지 않다.
..요리만 할 수 있다면.
..유사시에 아주 적은 돈으로 스스로를 기분 좋게 먹여 살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
..어떤 천재지변이 닥쳐도, 파산을 하여 궁지에 내몰려도, 모두에게 버림을 받아 혼자가 되어도 앞을 향해 살아갈 수 있다.
..그 힘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