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송영호 군이 마악 하숙집 문앞을 나서는데, 마침 그의 단짝 강선필 군이 딸딸거리고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에구, 저 망나니를 또 만났으니!"
..사람 좋은 송영호 군은, 속으로 이렇게 걱정스러웠다. 그렇다고 송영호 군은 친구 강선필 군이 싫거나 미운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반가왔을지언정.
.."비금속 외출야?"
..강선필 군이 빙긋 웃으면서 건네는 인사다. 비금속(非金屬)이란, 돈이 없단 뜻이다.

.."비싸나마나 영호야?"
.."…"
.."‘말똥거리’ 이야기 못 들었늬?"
.."고만둬!"
.."아, 말똥거리란 놈이 말똥거리라껀 솔개미의 일종이야. 그 말똥거리란 놈이, 아침 일찌감치 공중에 가 뚜둥뚱 떠선 한닷 소리가, 꽁이나! 까투리나! 꽁이나 까두리나!"
.."먹구 싶단 말잉가?"
..S가 묻던 것이고, 강선필 군은 고개를 끄떡.
.."아므렴! 그렇지만 제가 어데, 꽁을 잡을 재주가 있나! 그래 오 때가 되자 속은 출출하구, 하니깐 이번엔 한닷 소리가, 까지나! 참새나! 까치나! 참새나! 아, 그렇지만 제 재주에 까치나 참샌 또 잡나? 해가 그만 저물었다. 해가 저무니깐 그땐 한닷 소리가 내 주제에 무슨! 인전 가서 말똥구이나 허부적거리지! 그러면서 말똥을 찾어가드란다. 그래서 그 짐승이 이름이 말똥거리야!"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꼭이 볼 일은 없어도, 가고 싶은 것이 종로였다. 더구나 며칠 여행으로 일참을 번진 차이니 한결 마음은 궁금했다.
..이쁜이?
..물론 보고 싶었다. 그러나 특별히, 이쁜이만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쁜이, 모리나가, 커피, S 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이 아는 친구들, 이렇게들이 있는 종로. 그 종로가 궁금한 것이고, 이쁜이가 보고 싶은 것도 그러한 종로가 궁금함의 일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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