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잘못 키워서 그래." ..전쟁이 끝난 후, 한국에서 귀국하여 고생이 심했던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피로하면 그만둬버리고, 조그만 장애가 있어도 하던 일을 놓아버리고, 편한 쪽으로만 하염없이 흘러가려는 것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었다. 슬픈 일이지만 사실이다.
..달빛이 무척 밝게 느껴졌다. 학교에 이르는 길이 무척 신선했다. 시간과 목적이 달라지면 풍경을 느끼는 감정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았다.
..가게로 들어선다. 아다마의 표정은 더 일그러졌다. 가게에는 미국 냄새가 가득했다. 아다마는 그게 싫었던 것이다. 미국 냄새라 해도 실제로 미국에는 그런 냄새가 없다. 그러나 그 냄새는 기지촌의 단독주택에도 혼혈아의 머리카락에도 기지의 PX에도 있다. 인간의 지방 냄새다. 나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영양이 가득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다마, 그건 아니야. 내 자신이 싫어졌을 뿐이야." ..나와 아다마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자신이 싫어졌다. 그것은 열일곱 살 소년이 여고생에게 사랑을 구걸할 때 이외에는 결코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될 대사다. 누구든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경제력도 없고 아내도 없는 지방도시의 이름 없는 열일곱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선별되어 가축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귀로에 선 순간이므로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말해서는 안 될 것을 말하면, 그 후의 인생이 어두워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