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p.
..우리가 정리하고 싶은 물건이 항상 깨끗한 것들만은 아닙니다. 물에 젖어 있거나, 흙이 묻어 있거나, 심지어 냄새가 나는 물건도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바깥도 안도 아닌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은 곳에 놓고 싶은 법입니다. 그러기 위한 ‘방‘이 바로 봉당이나 달개집입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들어졌지만, 있으면 꽤 쓸모가 많은 공간입니다. 집을 짓고 나서 수년 뒤에 달개집을 증축하는 집이 많은데, 그만큼 필요하다는 얘기겠죠.

69p.
..그리고 "집은 조금 작은 듯이 만드는 것이 딱 좋다"라는 경험칙을 설계자가 아무리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건축할 수 있는 최대의 크기가 아니라 조금 작은 듯한 바닥 면적과 조금 낮은 듯한 천장으로 하면, 시공 면적과 계단의 단수가 줄어들고 건축비가 내려간다.
..건물 전체의 높이를 낮추면, ‘사선 제한‘이라는 법률상의 제한을 피하면서 깊은 차양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106p.
..컬렉션을 전시하는 자리는 현관이나 거실 벽면과 같은 공식적인 무대보다 복도나 계단과 같은 비공식적인 무대가 어울립니다. 선으로 배치하느냐 면으로 배치하느냐, 혹은 어떤 방법으로 보여주는가에 따라 인상이 바뀝니다.

120p.
..‘소리를 처리한다‘는 말은 참으로 정서적인 표현이지만, 안락한 집에는 예외 없이 소리를 처리하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질량이 큰 물질에 부딪치면 그대로 그 크기로 튕겨나온다." 바로 이것이 소리의 특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도 벽도 천장도 모조리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는 요즘 가게는 주변이 전부 반향음으로 가득 차서, 소음에 가까운 시끄러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눈이 내려 소복히 쌓여 있는 아침에는 쥐 죽은 듯 고요한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눈과 같이 소리를 흡수하는 무언가가 집안에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124p.
..빛을 비추는 조명은 다양한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전철, 사무실, 길가 등. 단, 이들의 주된 역할은 ‘어둠을 없애는 일‘입니다. 안락한 분위기는 나중 문제입니다. 이와 반대로 연극이나 라이브 공연 무대는 어떻습니까. 이런 곳은 조명을 다는 방법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집안의 빛은 이 분야를 흉내 내야 합니다.
..적당하게 빛을 어질러놓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기분도 적절히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빛은 지나치게 정리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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