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p.
..젊었을 때는 노화란 완만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며 한 해, 한 해 서서히 조금씩 늙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노화는 덜컥덜컥 계단식으로 덮쳐온다. 서서히 찾아와준다면 그다지 깜짝 놀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름이 좀.......‘ 이렇게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계단식으로 덮쳐오면 어느 날 갑자기 노화를 직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어제까지는 아줌마였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영감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벌레가 된 상황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나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 아침의 충격을 떠올리면 그런대로 벌레 쪽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벌레가 되었다면 문학이 되지만, 아줌마가 영감이 되면 그것은 코미디다....

36p.
..노화의 계단은 젊었을 때와 중년이 되었을 때 높낮이와 생김새가 다른 느낌이다. 젊었을 때의 계단은 높이가 낮고 다음 계단까지 거리도 길다. 공공시설의 계단 중에 높이가 10센티미터 정도이고 다음 계단까지 1미터 정도 걸어야 해서 별로 의미 없어 보이는 계단처럼 그렇게 완만한 모양이다. 그런데 중년이 되면 노화의 계단은 달라진다. 높이가 1미터고 발을 딛는 부분이 10센티미터 정도로 반대 모양이 되어 조심하지 않으면 굴러떨어질 것 같다. 물론 한 번 이 계단을 내려가면 이전 계단으로 올라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122p.
..옛날부터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마지막이 있었다.
.."개나 고양이처럼 마지막을 맞고 싶어."
..그들은 상태가 나빠지면 음식을 먹지 않고 흙 위에 조용히 눕는다. 그러다 회복되지 않으면 들판이나 신사의 불각 같은 나무가 많은 장소에서 고요히 생을 끝낸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생명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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