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p.
..나는 신사 본당이 아닌 큰 은행나무 밑동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백 살 넘은 그 나무가 지난 봄 큰 태풍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직접 와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설령 자신과 별 상관없는 존재였더라도 상실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정말 그랬다.

183p.
..나는 가와바타의 집에 있던 개집을 떠올렸다. 아마 영화에 나온 ‘친구의 집‘을 말하는 것이리라.
..외톨이들이 모이는 집. 모두 힘을 합쳐 집을 지었지만 결국 쓸모없어진 집. 토비크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이었던 것이다.
.."네, 이 책에서 따왔어요."
..시노부의 목소리는 묘하게 밝고 건조했다.
.."그 얘기, 처음 묻네요. 아빠는 나하고 말도 하지 않았고, 엄마는 항상 혼내기만 했으니까. 우리 집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숨을 삼켰다.
..버려진 개를 주워와 외톨이들이 모이는 ‘단짝의 집‘ 에서 키우던 시노부. 그 마음이 어땠는지 절절하리만치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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