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p. .."하지만 작가가 지나치게 건강하면 병적인 집념(이른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싹 사라져 버려서 문학이라는 게 성립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하고 지적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 질문에 대답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얘기하겠다. "그 정도로 쉽게 사라져 버릴 정도의 가벼운 어두움이라면 그런 것은 처음부터 문학으로 승화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대체로 ‘건강‘하게 되는 것과, ‘건강한 편‘이 된다는 것은 비슷한 뜻이지만 뉘앙스가 다른 문제이다.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혼동하게 되면 얘기가 약간 까다로워진다. 건전한 신체에 거무틱틱하게 깃들이는 불건전한 영혼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67~68p. ..하지만 분명히 페리 호라는 것은 좀 불가사의한 느낌을 주는 교통 수단이다. 비행기를 탔다가 내리면, ‘자아, 이곳은 이제 다른 장소다‘ 하는 단호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페리 호라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그곳에 실제로 적응하기까지는 기묘할 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그리고 거기에는(특히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한데), 어딘가 떳떳치 못한 일종의 서글픔이 따라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74p. ..때때로 문득 혼자서 살아가는 것은 어차피 지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정말 피곤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름대로 힘껏 살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개인이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존재 기반을 세계에 제시하는 것, 그것이 소설을 쓰는 의미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를 관철하기 위해 인간은 가능한 한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해 두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한정된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123p. ..결국 구두쇠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235p.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피터는 그 시골집에서 한가로이 행복하게 지낸 모양이었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고는 근처의 숲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역시 그것이 피터에게는 가장 행복한 생활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생활이 몇 해 동안 계속된 모양이다. 그리고 어느 날, 피터는 결국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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