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p.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를 인연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43p. ..호불호와는 별개로 마음에 맞는 장소가 있다. 그러한 장소에 방문해서야 호불호와 마음에 맞는다는 것은 서로 다른 감각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친구와의 관계나 연인 관계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139p. ..그렇게 나는 알게 되었다. 도시의 일상이 여행자에게 있어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자신이 그곳에 속해있지 않다는 사실을, 며칠 동안이지만 내 생활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사람이 사는 도시 하나하나가 그걸 실감하게 했다.
204p. ..뚜벅뚜벅 길을 걸으며 매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요소가 전혀 없는 미지의 장소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항상 신기한 기분을 느낀다는 것을 말이다. 이곳도 나에게 용건이 없고 나도 이곳에 용건이 없다. 보통의 여행이라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것만 같은 장소이다.
233~234p. ..이번에는 1박 2일이었는데,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어서 취재와 촬영을 마친 후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알아‘라는 감각이 내 안에 여러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플한 영상을 보고 생각한 ‘아는 경치‘와 처음으로 쇼도시마에서 실제로 보고 ‘아는 경치‘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봤다‘라는 의식을 하지 않았는데도 대단히 강하게 마음속에 남아있기에 ‘아는 경치‘이다. ..마지막 ‘알아‘가 가장 기묘하다. 예를 들면 국도변에 드문드문 있는 상점 중 한 곳, 굳게 닫힌 유리문 저편에 보이는 손수 만든 낡은 인형이나 플라스틱 컵, 헌 스웨터 등 맥락 없는 물건들이 간격을 두고 늘어서 있다. 무슨 가게인지 알 수 없는 그곳의 광경을 본 기억이 없는데, 그것을 보고 ‘알아‘라고 느낀다. 그 광경에서 멀리 왔었다는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움으로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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