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p.
..내가 하는 거짓말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몹시 고향으로돌아가고 싶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고, 위로의 말을 애써 찾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는 저녁 내내 감히 웃지 못했다. 내 거짓말의 효과는 대충 그 정도였다.

26p.
..종종 나는 집 앞에 앉아서 흙장난을 했는데, 흙으로 커다란 페니스나 여자의 엉덩이, 젖가슴 따위를 만들며 놀았다. 붉은 점토에다 어머니의 몸뚱이를 조각하기도 했는데, 그 몸뚱이에 구멍을 내기 위해 손가락을 찔러넣곤 했다. 입, 코, 눈, 귀, 성기, 항문, 배꼽.
..어머니는 우리집이나 내 옷이나 신발과 마찬가지로 구멍투성이였다. 나는 진흙으로 그 구멍들을 메우고 발로 밟았다.

61p.
..술집에서 네번째 모금이 있던 날, 종업원이 내게 말했다.
..—당신네 외국인들은 만날 조의금을 걷고 만날 장례식을 하는군요.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는 맘껏 즐기고 있다네.

115~116p.
..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 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러고 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 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다.

116p.
..나는 곧 치료될 것이다. 무언가가 나의 내부나 공간 어딘가에서 부서질 것이다. 나는 미지의 깊은 곳을 향해 떠날 것이다. 대지 위에는 수확과 참을 수 없는 기다림과 설명할 수 없는 침묵이 있을 뿐이다.

143p.
...감히 누구를 죽이지도 못하고, 자살도 못 하는 그가 택하는 다른 형태의 자살은 바로 꿈을 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리라. 린은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던 끝에 모두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토비아스는 꿈을 죽이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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