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p. ..유행은 버리고 싶고, 체형은 지키고 싶다. 좋은 소재의 기본 디자인을 사고, 세탁과 수선을 하며 옷을 잘 관리하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은 분명 여러 종류다. 옷장 속에 나와 함께 나이 든 질 좋은 코트와 머플러가 내겐 그 증거다. 그래서 옷이 망가져서가 아닌, 체형의 변화가 같은 옷을 입을 수 없게 할 거란 생각을 한다. 지금도 조금씩 달라지는 몸에 확연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몸 자체에 신경을 쓴다. 허리를 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골반이 비틀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꼬지 않고, 요가를 하고 자주 걸어 다닌다. 예전보다 몸 자체에 신경 쓰며 살아도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지는 전혀 알 수 없다.
106p. ...진짜 휴식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에 뭉치고 쌓인 것을 풀어내야 생기는 것임을 예전에는 몰랐다.
158p. ...긍정의 메시지를 모을수록 부정은 약해진다. 보통 칭찬은 휘발성이 강하고 악담이나 상처는 오래 남는다. 감정이 가진 힘의 세기가 다르다. 칭찬을 모아둔다. 내가 자신감을 잃고 비틀거릴 때 꺼내볼 수 있도록....
241~242p. ...어쩌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를 생략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되었는지 곱씹어본다. 누가 되었든 상대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인사하는 문화가 아니어서일까. 윗사람이 아렛사람의 인사를 받는 문화에서 살아서인가 싶었다. 서비스 구매자일 때는 인사를 받기만 해도 문제없는 거라는 인식. 갑자기 부끄럽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더는 인사를 생략하는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인사는 당신이 거기 있음을 내가 알고 있다는 표시이고 당신이 오늘 괜찮은지 궁금하고 괜찮다면 내 용건을 이제부터 말하고 싶다는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법인데 그걸 모른척했다. 나는 타인에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실상 타인이 낯설어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인사를 먼저 하게 된 뒤로 나는 낯선 사람이 껄끄럽지 않다.
250p. ..표정에서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좋다. 뭔가에 사로잡혀서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사람, 우직하게 어떤 일에 매달려 있는 열정적인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즐겁다.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도 결국 긍정적인 말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자기 연민은 살짝 스쳐갈 정도로만, 남을 비난하는데 소중한 시간과 체력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 커다란 매력을 느낀다. 냉소적인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고 싶은 것과는 반대다. 그러고 보면 유독 담백한 사람에게 끌린다. 과장 없이 말하고, 자신의 의견은 있되 상대에게 바라는 건 없다. 무엇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고 머리 굴리지 않는다. 사사로운 욕심 없는 사람은 쉬이 만날 수 없다.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없으니 귀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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