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구치 씨는 숟가락을 접시에 팽개치듯 거칠게 놓더니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일의 가치랑 보수는 딱히 일치하지 않으니까, 신경 안 쓰는 게 나아." .."그런가요?" .."잘 버는 놈들일수록 제대로 된 일 안 해. 거만한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뽁뽁거리며 버튼이나 누르고 사람을 아랫사람 부리듯이 부려먹고, 그보다는 짐 나르고 물건 만드는 사람들이 훨씬 훌륭한데 말이지."
..어머니가 불쑥 "아까 오카다 씨가 한 말, 좋았어" 하고 한마디 했다. .."무슨 말?"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제멋대로 앞으로 간다는 말." ..나는 어머니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 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는 가게 되는 거야." ..과연 그럴까, 하고 대답하면서도 나는 내 몸에 달려 있을, 보이지 않는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어본다.
..문제아란 대체 어떤 의미인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문제‘아가 있으면 ‘대답‘아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오카다 군이 문제를 내면 다른 누군가 대답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발상이나 떠오른 정도다.
..소중한 사람들이 잇달아 떠나간다는 공포심이 있었다. ..교정을 바라보면 신체의 소중한 부위가 바람에 날려 사라져갈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 ..아버지도 사라지고, 오카다 군도 사라지고, 유미코 선생님도 사라졌다. .."다 그런 거야." 어머니는 말했지만 그 ‘다 그런 거‘가 나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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