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p.
..그러자 가까스로 미타라이가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그런데 다들 말하는 것처럼 내가 사람들과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사람들이야말로 날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해. 이렇게 매일 평범하게 사는데도, 왠지 화성에서 사는 기분이 들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모두 나와는 다르니까."
..아무래도 우울증의 원인은 그쪽인 것 같다.

157p.
..소소한 기쁨이나 슬픔, 분노, 그런 건 태풍이나 소나기, 봄이 되면 매년 어김없이 피는 벚꽃 같은 거지. 인간은 매일 그런 것에 휘둘리면서 결국 모두 비슷한 곳으로 흘러가. 아무도, 아무것도 될수 없지.

284p.
..아파트를 나갔을 때 다시 한번 건물을 돌아보았다. 이때의 기분은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씁쓸하면서 어린 시절에 장난하다가 들킨 기분이 떠올랐다. 한 인간의 일생을 뒤쫓는 것은 일종의 엿보기이며, 인간에 대한 모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51p.
.."이 얼마나 기만인가!"
..미타라이는 계속했다.
.."도카이도를 메뚜기처럼 뛰어서, 이렇게나 불면의 밤을 거듭했는데, 어째서 다들 아침 인사를 할 때 그렇게나 먼 어제 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억하고 있을까!"

454p.
"...한 사람이 몇십 년이나 살아오다가, 그 전부를 지워버리기로 결심했어. 별의별,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사정이 있겠지. 그걸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벼르고 있는 패거리에게 뭐라고 설명할 거야? 과연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조용히 죽는 걸로 충분해! 너라고 예외일 것 같아? 죽는 방법을 운운할 정도니까 자살한 이유는 이미 알고 있겠네?"

504p.
..세상일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글쓰기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사실 없다. 나이가 얼마든 모르는 것은 있고, 젊을 때 잘 알다가 점점 잃어버리는 세계나 지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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