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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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이런 감정을 가져본 적 있어? 여태까지 애착을 갖고 있던 것이 지긋지긋해지는 것, 갑자기 아주 지긋지긋해지는 일 말이야.
하루라도 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아. 방과 집과 거리 모두가 말이야.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해서, 밉고, 참을 수 없이 적막하고, 적의를 품은 듯 보이게 돼. 그러면 떠나야만 하는 거야. 정말 떠날 때가 된 거야. 자기도 모르게 이미 우리는 이 모든 사물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끄집어냈던 거야. 사물들은 스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보니까 사는거야.-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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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 개정3판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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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대상은 그 대상을 표현하는 말보다도 훨씬 먼 곳에서 기원하는 실체의 토대를 자신의 내부에 가지고 있다. 이 토대를 인간은 침묵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한 대상을 볼 때, 인간은 저절로 침묵하게 된다. 인간은 대상 속에 있는 말 이전의 상태에 대해서 자신의 침묵으로 응한다. 그는 침묵을 통해서 그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 속에 있는 이 토대를 인간은 말 속에 수용할 수가 없다. "어떤 높이에 이르면 관찰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다고 에르네스트 헬로는 말한다. 대상이 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말이 대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관찰자의 침묵이 그가 말하지 않은 사물들의 실체적인 그림자가 된다. …… 이 위대한 작가 에르네스트 헬로는 덧붙여 말한다. 그들의 말이란 동정심에서 다른 사람들을 방문하는 여행이라고. 그러나 침묵이 그들의 조국이라고." (레옹 블루아, 「절망자」)

  사물의 이러한 바탕을 말로 옮길 수 없다고 해도 인간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말로 할 수 없는 이 바탕에 의해서 인간은 말 이전에 원상태와 결합되는데, 그것은 중요한 것이다. 말로 할 수 없는 이 사물들의 바탕은 사물들이 인간 자신에 의해서 창조되어 조립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사물들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면, 인간은 자신의 의식 속에, 말하자면 말 속에 그 사물들을 완전하게 소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침묵이 작용하고 있는 세계에서는 한 사물은 다른 한 사물보다도 침묵과 더 많이 결합되어 있다. 그러한 사물은 사물이 다만 다른 사물하고만 연결되어 있는 침묵이 없는 세계의 사물보다 더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더 자기 자신에게 속해 있다. 그러한 사물은 인간에게 자신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제공한다. 그것은 마치 어떠한 특수한 행위에 의해서 침묵으로부터 막 끌려나온 듯이 직접적으로 인간 앞에 서 있다. 그 사물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여 분명한 모양으로 서 있고, 따라서 인간은 그 사물을 다시 특별히 분명한 모양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 '사물과 침묵' 中

 

(말을, 문장을 잃어간다고 걱정하는 날들

그렇다면 원래 그러한 것으로 회귀중인가, 아니면 여전히 짧고 미숙한 탓인가

어찌보면 다양하고 전속력적이고 복잡한 현대의 창조적 인간들에게는 심심하고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기도 한...)

 

 

 

  한 인간의 영혼 속에 사물들의 형상이 분명하게 존재할수록 더욱 확실하게 영혼은 말을 무제한적으로 방임하지는 않는다. 형상 속에 어떤 구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 형상의 각 부분들은 한 중심에 의해서, 즉 그 형상의 이념에 의해서 하나로 묶여지고 그리하여 형상은 자기 자신 속에서 안정을 취하게 된다. 형상과 연관되어 있는 말은 형상의 그러한 구심력을 공유하게 되고, 그리하여 그러한 말은 지나치게 심각한 확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된다. 형상적인 말은 결코 추상적인 말처럼 확대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러한 말은 인간을 무제한적인 연상작용으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 '형상과 침묵' 中

 

(조금은 잔인한 말 같지만 ... 이것이 이유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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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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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녀석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체 어디까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소유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지레 포기하면서 마치 원하지 않는 척 허세를 부려온 건 아닐까.-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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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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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핑 돌던 게 몇 차례였는지

재미있어서 혼자 쿡쿡 웃어댄 건 또 몇 차례였는지

잡지 편집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한다

예상 외였다. 이 책이 몇 년 전 롱런을 칠 때도 그냥 바라만봤더랬다

이리도 가슴 설레고 가슴 아픈 책인 줄을 이제야 알다니

 

8월,

와랑와랑한 햇볕 아래 푸른 바당을 옆에 두고 걸으며 간세 다리가 되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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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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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찾아 시도 아닌 시를 쓰던 어릴 적이 생각나 웃었다
그리고 마치 중국어 뜻풀이 하듯 짧은 우리말에 길어지는 뜻이 신기하기도 하다
언젠가 찾아보고 기억해두었다 생각했는데도 뜻이 생각나지 않는 말들,

잘못 알고 있었거나(대충 알았거나 아는 것 같다고 우겨대며 얕잡아 본 말들) 신경 안 쓰고 있었던 말들의 재발견도 있었다
옛 그림 책으로 말공부까지 하는 시간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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