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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8
샤를 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운문과 산문, 두 가지로 나뉘었던 19세기에 보들레르는 이 대립구도를 무너뜨린다. 이후 시인들은 산문시의 고유성을 주장하지만, 기존 산문시가 가졌던 성질 때문에 많은 논쟁이 있었다.
보들레르는 서문에서 산문시의 특질에 관하여 ˝율동과 압운이 없지만 음악적이며 영혼의 서정적 억양과 환상의 파도와 의식의 도약에 적합한 유연성과 융통성을 겸비한 시적 산문의 기적˝이라고 진술하였다.
산문시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서 비평적 담론의 장을 확대했고, 근대 시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파리의 우울을 읽어보길 바란다.
-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하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 위에서, 도랑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취하라! 술이든, 시이든, 덕이든 무엇이든, 당신 마음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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