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당신 - 출간 25주년 기념, 특별한정판
도종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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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딱 네 상황이라며 보여줬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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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

삼백예순 날을 착하게 살고 싶었어요
손 닿는 곳 풀뿌리마다 살을 나누어주며
거울처럼 맑은 하늘빛 안고
나도 강물로 흐르고 싶었어요
그러나 지금 내 몸은 천둥소리
어두운 구름 위를 가로지르며 홀로 깊어가는 천둥소리

다시는 죄 없이만 살아갈 수 있다면
고요히 저무는 이 세상 그림자를 안고
나도 푸른 나무로 살아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지금 내 몸은 천둥소리
다독일 수 없는 울울한 마음으로
온 하늘 두드리며 가는 소리

내 몸은 왜 일찍이
이 땅의 작고 든든한 들풀 위에 내리는
이슬일 수 없었을까요

기어코 이 세상 썩고 더러운 것들의 목덜미 움켜잡고
세차게 세차게 여울로 궁글러 가야 할
장대처럼 쏟아져버려야 할
빗줄기가 되어야 할까요

내 몸은 지금 천둥소리
검푸른 하늘빛으로 땅에 내리는 노여움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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