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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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一生, 즉 하나다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간다고 해도 결국 나는 나였다. 그게 바로 내가 가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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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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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의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연필 같아서 그렇다고 했을 때 여자는 강아지풀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여자의 목소리가 깊은 밤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소리 같다는 말을 남자는 하지 않았다
남자의 유일한 염려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보다 먼저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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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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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자주 나에게 달다가 쓰다가 하였다
달콤한 날에는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쓰디쓴 날에는 가슴이 먹먹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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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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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나는 현재를 살 거야
과거의 형벌을, 잘못내린 선택의 총합을 살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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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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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만큼은 이 시와 절친이었던

장마가 지났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여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던 작은 우산을 집에 두고 나왔다.
시내 우체국에 갔다가 다시 집 근처에서 몇 개의 일을 더 보고 돌아오는 길, 보기 좋게 비를 만났다.
이런 사소한 불운쯤은 이제 내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을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라 그냥 걷기로 했다.
빗줄기는 생각보다 드세졌다. 아니 세상이 끝날 것처럼 내렸다. 처음에는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아볼까 비닐 소재의 가방을 머리에 이어보기도 하고 길가를 두리번거리 며 어디 쓸 것이 없나 찾아보았다.
하지만 금세 내 몸은 더 젖을 것도 없이 흠뻑 젖었고 나는 비를 피할 생각을 그만두고 그냥 걷기로 했다.
고민할 필요가 없을 만큼 비를 맞은 것이 차라리 후련했다.
그즈음 나에게는 온통 마음을 쓰며 고민해도 잘 풀리지않던 일이 하나 있었다. 일이 변모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면과 가장 아쉬운 장면 사이에서 한없이 어지러웠다.
그러다 나는 가장 좋은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가장 아쉬울 장면만을 떠올리기로 했다. 한참을 그러다보니 그것이 꼭 아쉬운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길을 걸으며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도 잘 접어두었다. 어차피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는 더 쏟아지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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