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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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만큼은 이 시와 절친이었던

장마가 지났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여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던 작은 우산을 집에 두고 나왔다.
시내 우체국에 갔다가 다시 집 근처에서 몇 개의 일을 더 보고 돌아오는 길, 보기 좋게 비를 만났다.
이런 사소한 불운쯤은 이제 내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을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라 그냥 걷기로 했다.
빗줄기는 생각보다 드세졌다. 아니 세상이 끝날 것처럼 내렸다. 처음에는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아볼까 비닐 소재의 가방을 머리에 이어보기도 하고 길가를 두리번거리 며 어디 쓸 것이 없나 찾아보았다.
하지만 금세 내 몸은 더 젖을 것도 없이 흠뻑 젖었고 나는 비를 피할 생각을 그만두고 그냥 걷기로 했다.
고민할 필요가 없을 만큼 비를 맞은 것이 차라리 후련했다.
그즈음 나에게는 온통 마음을 쓰며 고민해도 잘 풀리지않던 일이 하나 있었다. 일이 변모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면과 가장 아쉬운 장면 사이에서 한없이 어지러웠다.
그러다 나는 가장 좋은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가장 아쉬울 장면만을 떠올리기로 했다. 한참을 그러다보니 그것이 꼭 아쉬운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길을 걸으며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도 잘 접어두었다. 어차피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는 더 쏟아지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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