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시선 374
안현미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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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

가을엔 시시한 게 좋아 시시한 하루 시시한 모임 시시한영화 다시 새로 시시한 하늘까지

가을엔 다시 시시한 게 좋아 알고도 모르게 영 모르지는않게 조금씩 조금씩 슬프달 것도 없이 시시각각 바뀌어가는 거의 아름다운 시시한 생각 생각들 가을엔 아무래도 시시할수록 좋아 그녀가 사랑했던 월요일들과 손톱만큼 지혜로워지는 이마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추분과 환타 빛깔로 빛나는 숲 그 숲속에 가마솥 뚜껑처럼 누워 있는 조상들의 무덤과 성묘를 마치고 방금 막 집으로 돌아가버린 여자애처럼 세로쓰기를 좋아하고 안드로메다 페가수스 카시오페이아 같은 가을 별들을 사랑했으나 자꾸 희미해지는 당신,

가을엔 아무래도 시시해지는 게 좋아 알고도 모르게 영모르지는 않게 자꾸자꾸 슬퍼지려는 마음이 다시 시시해져버리게 빨리 늙어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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