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 때 ...했었다면?

타임슬립 1932
이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1월

그 동안 역사를 공부할 때, 타인과 역사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수없이 했던 질문이다.

"만약 그때....했었다면" 혹은 "....하지 않았었다면"

그리고 그 질문의 무가치함, 무의미함을 깨닫고는 이내 곧 허탈해져 "역사에 만약은 없지...."하며 꼬리를 내리기 다반사였다.

그런데 "타임슬립 1932"는 내게 그 질문들이 가치 있었음을, 의미 있었음을 알려 주는 것 같다. 그 질문들이 오롯이 살아서 현재의 내게 가치와 의미로 다가섰다.

또한 나이 들어 역사라고 하는 것을 되돌아 볼 때, 현재 기록된 역사라는 것이 승리한 누군가의 의견과 해석으로 남겨진 것이라고 보이고, 앞으로의 연구성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는 역사에 대해서 다르게 보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질문으로 태어난 것 같은 책 속 장면-광화문 앞 당당한 이순신 동상 대신 왜란 시 치열히 분투하는 민중들이 있는 군상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각박하기만한 현재가 촉촉해지는 느낌이 들었고,독립을 위해 애쓰던 다양한 분파에 대한 인정과 애정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 하는 현재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여유와 진지한 고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한껏 느껴지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도 참 좋았다.

그리고 타임슬립을 통해 달라진 따뜻한 현재가 좋았다.

그런데 작품 결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뚜렷이 다가오지 않아 내게는 별 4개인 작품이 되었다. 순전히 내탓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 보세요~~~~강추합니다!!!
제게는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기억을 파는 가게"보다 한층 세련되고 격조있게 느껴진 작품이었어요~~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그리고......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참 좋아서 많은 분들과 느낌을 나누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일상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용기 내어 봅니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인 꾸뻬씨는 정신과 상담 일을 하면서 많이 가진 사람들이 많이 불행해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병원 문을 닫고 행복을 알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일상을 멈추고 무엇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 자체가 참 멋진 것 같아요. 누구나 원하지만 하지 못하는 것이라 그런 것 같아요.)

다음은 꾸뻬씨가 찾아낸 행복에 대한 배움입니다. 책을 읽어 보면 여행 속 에피소드에서 꾸뻬씨가 찾는 행복이 나열되기 때문에 훨씬 공감되고, 이야기 읽기가 즐겁습니다.. 평소에 제가 생각했던 행복과 일치하는 것이 나오면 참 반갑더라구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행복에 대한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어떠냐에 따라서 우리들의 생활 방식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배움 1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 3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 4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 5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 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 7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 8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혜어지는 것이다.

배움 9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 10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 11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 12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 14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배움 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배움 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배움 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 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배움 19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 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배움 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배움 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배움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배움 1-23중 가장 의미있는 행복의 가치를 꼽는다면 여러분은 몇 번을 꼽으시겠어요? 책 속에 등장하는 노승은 ( , , )를 꼽더라구요. 저는 아직.... 결정 못 했어요.

다음은 책속에 등장하는 행복학 교수가 꾸뻬씨에게 던진 질문 세 가지입니다. 잠깐 생각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행복에 대한 세 가지 질문

현재의 당신의 삶과 당신이 원하는 삶의 차이

현재의 당신의 삶과 과거에 최고로 좋았던 시기의 삶의 차이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과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의 차이

끝으로 책속에 등장하는 글귀입니다. 많이 들어 보셨겠지만 참 좋아서 한 번 더 옮겨 드립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이 책을 읽고, 꾸뻬씨의 인생여행과 우정여행도 읽고 싶어졌어요.  참, 영화도 만들어져서 보았는데 저에겐 책이 더 괜찮더군요.

엄마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이 책을 읽으며 절로 아버지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두 소설 모두 죽음을 앞두고서야 중요한 가치들이 새롭게 각인된다는 점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유하는 역할과 운명(?)의 닮음 때문에 떠오른 듯 하다. 

엄마....  

불러 보기만 해도 마음 속에 따스함과 애틋함이 동시에 퍼지는 말이다. 

나는 힘들 때 엄마를 떠올린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현재의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데도 그렇다.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우리 아이들한테 그런 엄마일 수 있을까? 힘들 때 저절로 떠오르는 엄마....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난 우리 엄마 세대처럼 희생하기만 하는 엄마는 될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으니 말이다. 모성애 부족한 엄마라고 욕해도.. 작품에서 나오는 엄마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시어머니 병수발에 욕먹고 오물 뒤집어 쓰고, 맞고.. 건강했던 시어머니와 살던 시절도 힘들었는데 병든 시어머니는 더욱 힘드니...깨끗한 와이셔츠와 가지런히 정돈된 옷장, 빛나는 남편의 모습을 만드는 내조의 여왕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거부하고 싶은 것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너무 심한 회피일까? 

한 가정의 엄마인 나는 해도 티 안나고, 안 하면 엄청 티나는 끝없는 집안 일이 정말 싫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도 끝없는 부엌일에 화가 나서 항아리 뚜껑을 깼다는 내용이 나온다. 너무 이해가 되어 공감의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엄마도 너무 이해가 되었다.

어렸을 때 부부싸움 하고 난 뒤에 청소를 열심히 하는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난 이 다음에 부부싸움하고 청소는 안 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일 하는 걸로 스트레스 날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가 않다. 결혼을 하고 그 결심만은 꼭 지키려 한다. 희생만 하고 애만 쓰는 엄마가 되기 싫은 나... 문제 있는 걸까? 

엄마의 희생을 통한 가족들의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이 땅의 엄마들이 훨씬 많을텐데... 이런 생각하는 나는 손가락질 받기 딱 좋겠다. 

작품에서 그동안 무심했던 온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알고 미안함에 절절해 한다.  이대로 엄마를 보낼 수는 없다고... 우리 엄마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절로 났다. 우리 엄마도 작품에 나오는 엄마처럼 아직도 가족을 위해 일만 하시는 것 같다. 슬프게도...  엄마 몸을 돌봐야 한다고 아무리 말씀 드려도 타고난 근면성과 엄마 방식의 삶은 늘 그런 부지런한 모습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함께 숨쉬는 동안에 후회없이 잘 해 드려야 하는데 참 어렵다. 미루고 미루면 후회 뿐일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미루지 말고 표현하도록 해야겠다.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다. 고작....

엄마를 향한 사랑 실천의 의지를 자극 받고 싶은 분, 나의 근원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고 싶은 분, 그리고 눈물 흘리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다. 

제목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되도록 노력했다는 것일까? 그 말이 그 말인가? 어쨌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생각은 안 들었다.ㅠ.ㅠ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제목에서 참 간절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읽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고 둘째 아이를 조산원에서 자연분만했을 때 조산원 원장님께 아이가 나오자 마자 처음 내가 한 말이 "고맙습니다. 선생님"이었다. 둘째 분만도 순조롭지 않았기에 그 간절한 고마움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순결하고 정제된 말이었다. 

이 책에서 나의 이런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 너무 엉뚱한 것일까? 이 책을 읽어 보면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의 간절함이 가슴 깊이 느껴지기에 떠오른 생각이다.^^

어린 시절, 입학 후부터 5학년 때까지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읽기를 못 하는 데서 오는 트리샤의 절망과 좌절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짖궂은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 얼마나 안으로 안으로 숨고 싶었을까? 

그 좌절 속에서 폴커 선생님께서 트리샤의 남다른 그림 실력을 인정해 주고, 기꺼이 한 명의 학생으로 아껴 주시고, 가장 어려웠던 읽기까지 터득하게 해 주셨을 때 트리샤가 선생님께 할 수 있는 말은 "고맙습니다, 선생님"말고는 없을 것이다.  

읽기를 터득하는 과정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지...  

책의 첫 부분에 트리샤가 일곱살 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책 위에 꿀을 바르고 트리샤에게 맛보라고 하면서 지식을 주는 책은 달콤하다고 하시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겐 왜 이런 멋진 풍습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 정도였다. 

끝으로 이 책이 저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던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으면 마음이 행복해지는 책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답답한 현실...그래도 희망은 있나?

선생님, 우리 선생님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0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4월

요즘 우리 나라 교육은 참 힘들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당연히 우리 아이들을 위해 힘들어야 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공교육은 죽었다. 어째서? 교육의 효과를 내지 못하니... 

그럼 사람들이 기대하는 교육의 효과란 무엇일까?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사실은 지식 교육에 목을 메는 데서부터 우리의 교육은 어긋나 있다.  

 진짜 교육의 효과란 바로 이 책에서 보여주는 효과가 나와야 하는 것인데.... 

어느 교실이나 유진같은 아이는 꼭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링컨 선생님처럼 멋진 분이 계신다고 해도 이런 교육적 효과를 과연 낼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감화, 감동 교육... 그것은 우리 현실에서는 정말 힘들다. 아이들이 도덕 시험을 보면 쉽다고 한다. 하지만 도덕적 실천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1학년 아이들에 비해 6학년 아이들이 도덕적 실천은 뒤떨어진다. 교육을 더 받았음에도... 가치적인 판단과 이해는 더 우수해도 실천이 미치지 못한다.  

이런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링컨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마음에 품어 주는 교사가 없기 때문일까? 아이들을 마음에 품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싶다.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이겠지? 교사의 무한 노력으로 말이다. 무한 노력이라... 

 '선생님, 우리 선생님'에서 보여 주는 학교 현실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거기엔 여러 가지 실적에 목메야 하고, 잡무에 바쁜 학교 현실은 없으니까. 

 우리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집중해 줄 수 있는 교육 현장에서 링컨 선생님처럼 따뜻하고 넓은 품을 가진 분과 행복하게 학교 생활할 수 있는 날들이 미래엔 왔으면 좋겠다. 우리 어른들이 많이 노력할 일이다. 그래서 유진처럼 다시 교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아이들이 많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우리의 암담한 현실과 상관없이 이 책은 강추다. 좋은 선생님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