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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지고, 적어지고 - 엄마랑 함께 읽는 수학동화 2, 덧셈/뺄셈
박선우 글, 김진이 그림, 전평국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수학은 아이들에 따라서 차이가 많지만 대체로 별로 좋아하는 공부는 아닌 것 같다. 왜 좋아하지 않을까? 아마 정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정답을 맞추었을 때의 기쁨도 기억하지만 그보다 틀렸을 때의 낭패감이 더 우리를 사로잡는다. 강연장에서 강사가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물었을 때도 자신감 있게 대답하지 못 할 때가 많은 것은 틀렸을 때의 낭패감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간단한 식 속에 담겨 있는 숨은 뜻을 찾는 것, 알고 보면 별거 아니지만 알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기계적으로 익힌 연산이 문장제 문제 속에 숨어 있을 때 해결하기 어려워 하는 것을 보면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어렵게 인식되는 수학, 그 수학을 동화로 썼다고 하니 매우 호기심이 동했다. '많아지고, 적어지고'는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이 없는 한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을 동화 속에 숨겨 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나눔과 베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물들의 이야기에 덧셈과 뺄셈을 숨겨 놓은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되지 않았다면 평범한 그림동화에 머물렀을 것인데 수학동화로 거듭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닌가 보다.
이 책은 '엄마랑 함께 읽는 수학 동화'란 타이틀에 참 적절한 책이다. 따라서 혼자 읽으면 참 재미없을 것이다. 이 책을 엄마와 함께 읽으면서 함께 웃고 그림 속의 사물을 꼭꼭 짚어 가면서 아이들은 성장 단계에 따라 수 세기와 더하기, 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의 이야기가 전해 주는 본래의 메시지도 아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지능 지수와 감성 지수를 동시에 업그레이드 시킨다고나 할까?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양쪽 다 어설퍼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지만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기에 어느 시점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리라. 그래서 궁극적으로 정답을 맞추는 기쁨을 알게 되고, 식 속에 담겨 있는 숨은 뜻을 알게 되면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4쪽의 원숭이 대사에서 갑자기 사슴 아가씨한테 받은 은행 두 개가 언급되는데 전개 과정에 빠져 있다. 난데없는 등장에 어리둥절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빌려서 수학의 원리를 알게 하는 것이므로 이야기 전개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