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혜영씨의 책은 처음 읽는다. 오랫만에 소설을 읽으며 엄청난 흡입력을 보았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 추천된 책으로 위시리스트에 있었으니 읽었지 안그랬으면 내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가끔은 장르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어디선가의 추천을 무작정 믿고 보는 것도 새로운 기쁨을 준다.

여담으로...도서관에 가보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소설가가 있는지 디자인은 또 얼마나 이쁜지~~ 그런데 그 많은 현대소설가 중 내가 이름을 들어라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나의 무지인가, 쓸데없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인가..

 

홀=구멍

음...뭐 서평이라고 하기에 줄거리만 적어서는 심플하고 이 책의 사람을 무겁게 누르고 숨막히게 하는 분위기를 표현할 수 없다.

남자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거의 전신마비가 된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의식을 차리며 시작된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변해버린 본인의 몸상태를 느껴가는 과정과 그 사고가 일어나기 까지와 주인공이 살아온 인생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나온다.

 

다소 불행한 어린시절을 성실하게 성장하고, 인생의 큰 행운은 없어도 늘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주인공. 다소 허영심있는 그러나 아름다운 부인과 잘 연애하고 결혼하고 대학교수에 임용되고 누구나 부러워할 전원주택을 (다소 무리해서나마) 마련하여 정원을 가꾸고 손님들과 바베큐 파티를 즐기며 살고..

 

스토리를 보면 불행한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불쌍하고 제정신으로 버티는 것이 용하다. 어쨌든 즉사해버린 부인으로 인해 자신의 몸이 그 꼴이 되었어도 부인과의 관계와 지난 날을 곱씹게 되는 시간이 많은데...

 

주인공과 부인은 다소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여기에 부인의 모친, 장모가 등장하며 이 작품의 스릴러적인 분위기는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뭐 대단한 서사나 교훈, 아름다운 문장이 등장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끌어가는 멋진 힘이 있는 작가를 알게 되어 좋다.

 

소설이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나에게 많이 박혀있는데 이렇게 시대, 스토리, 표현을 다 떠나서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팍~~!!!느끼게 되어 좋다.

 

심심할 때, 출퇴근길이나 장거리 이동시, 지루한 교육에 참석할 때...이 작은 책을 손안에 놓고 읽으면 하루도 아닌 반나절이 후루룩 지나갈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기 힘든 아내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2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아...다나베 세이코씨...역시 사람은 한 번 봐서는 모른다니까

'여자는 허벅지'를 읽으며 꽤 나이많은 사람이긴 한데 꽤 독특한 마인드의 사람이구나 정도?

 

그리고 '딸기를 으깨며'를 읽으면서는 일본여자 특유의 낮은 지위체계와 성에 개방적이라기보다는 희롱당함을 당연히 생각하고 이를 유희로 여기는 문화로 인해 깔끔한 소설을 잘 읽으면서도 거부감이 계속 있었는데..

 

이게 80년대 초반인가에 나온책이라니....(70년대 후반인가??)

이 시대를 생각하면 오히려 엄청나게 파격적인 작품이고 주인공이다.

 

으음....본론으로 돌아가서 '하기 힘든 아내'는...제목만 보고는 얼마전 결혼하고 바로 추석까지 치룬 동료가 "이건 내가 봐야겠다. 아내하기 너무 힘들다"했는데...

사실은 아무때나 섹스하기 힘든 아내라는 뜻이란 거 ㅋㅋㅋ

 

그녀가 여성평등의 마인드를 대변한다면 에세이마다 등장하는 마치 허구같은 존재의 아주 독특한 중년남성(술친구)가 대화를 성적 농담, 혹은 뼈아픈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며 상대해준다. 아주 리얼한 행동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친구지만 허구의 존재로 느껴지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묘사와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외모적인 것이나 알게 된 배경, 기타 등등...)

 

남편은 세상과 맞추어 살아야하기 때문에 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는 계속 성장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맞지 않고 여자는 세상과 맞지 않는다는 아주 독특한 발상에 탄성이~~

 

또 하나...중년은 "아닌 것만 확실하게 안다" 새로운 세상, 가치, 발상, 힘은 만들어 내지 못한다. 다만 싫은 것 나쁜 것 불편한 것만 확실하게 알아서 "안돼"라고만 정확하고 무수히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

너무 웃기게 적혀 있지만, 그리고 수십년전 이야기지만..이 어찌나 통달한 이야기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사는게 뭐라고' '죽는게 뭐라고'라는 쿨~~한 제목의 에세이 저자 사노 요코.

저자는 1938년생으로 이미 유방암으로 사망한 상태이다.

작은 섬 나라인 일본에서 38년도 중국 다롄에서 출생해 유년시절을 보내고, 전쟁을 겪고 환향민으로 배를 타고 몇 달에 걸쳐 일본에 들어온 사람. 무뚝뚝하고 자기 고집있고 이쁘진 않지만 독립심강하고..그리고 젊은 나이부터 미국과 유럽을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사람이다. 단순한 이력 뿐 아니라 뿌리없는 사람 특유의 정서와 가치관, 전쟁과 기아를 겪은 사람(그러나 큰 트라우마는 남기지 않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뜩이나 가난히 베어있는 삶이 더 어려웠던 그래서 농사를 짓는 할머니들과 같은 삶의 자세가 베어있는

 

시니컬하고

게으른 아줌마 작가 사노 요코.

 

카모메식당의 무레요코씨와 성이 같고 혼자 사는 사람이란 점에서 그리고 둘 다 개성적인 에세이를 많이 썼다는 점이 자꾸 둘의 이미지를 헷갈리게 한다. 하지만 무레요코씨는 일본에서 전쟁의 어려움을 겪었어도 저런 실향인의 정서는 없으며 매우매우 소녀같은 감성의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독신녀이고

사노요코는 이른 결혼과 이혼을 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며 강한 생활력과 다크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

 

말년에 쓴 에서이는 인생의 많은 일들을 겪고 자기자신과 싸우고 실망하고 견디면서 한 생을 살다 암을 선고 받고 오히려 편안히 자기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연과 더불어 살며 젊을 때 하지 않던 떼쓰기, 드라마 빠져들기등을 하며 잔잔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의 글이었다. 날카로운 통찰이 곳곳에 빛나는..

 

그런데 말년의 에세이들이 한국에 먼저 출간하고 인기를 얻으면서 다른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40대에 쓴 이 책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대로"는 마냥 편안한 에세이는 아니다. 글이야 뭐 워낙 어렵지 않게 쓰는 사람이니 가독성은 좋은데... 외롭고 고독하고 슬프다. 춥다.

각기 다른 시기에 띄엄띄엄 쓴 글인데도 또 쓴 나라도 입장도 다른데도....현재와 유년시절을 넘나들며 꺼낸 기억들과 경험은 어찌 이리 추운지...

 

베를린 하숙집 할머니(구두쇠에 고집스럽고 가족들과 완전히 단절된 정서를 가지고 있는)는 작가의 그런 면을 꿰뚫어 본다. 본인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기때문에..

"슈바르츠 헤르트"라고 말하며 작가의 가슴과 본인의 가슴에 번갈아 손을 얹는다. "까만 마음"

 

악한 마음과는 다른 것이다. 까만 마음. 유전적으로 태생적으로 까만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작가는 그 치고는 꽤 건강한 삶을 살고 간 것으로 보인다. 뭐 일본의 국운이 나쁘지 않았던 시대의 흐름덕도 있고.

 

뭐 에세이에서 큰 교훈을 얻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읽으면서 용기를 얻게 된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에 계속 직면해야 상상력이 생겨나는 거라고 나는 고집스럽게 믿고 있다.

 

기쁘고 슬펐던 생활을 빼면 머릿속에 상상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그녀의 마음이 쓸쓸하면서도 격하게 공감하는 요즘이다.

 

나도 상상력으로 키워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독 회복 교실
광주서구중독관리센터 엮음 / 도서출판 신정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에서도 마이너인 중독....어쩌다 여기 앉아 일하고 있긴 해도 장님 코끼리 잡듯 눈치로 때려잡아 일을 하느라 자신감도 떨어지고 어려움도 많고, 대상자들을 대할 때 확신이 없다보니 열의도 없었는데...

아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치료와 재활의 과정과 상황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어도 잘 와닿을 지는 모르겠으나 어렵게 씌여져 있지는 않다. 이렇게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쓰느라 광주센터에서는 고생이 얼마나 많았을 꼬...

 

사지 않고 빌려 읽었는데..여러번 되씹어 읽어야 좋을 것 같아 구입으로 교려하는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당의 발견 : 제주의 맛 식당의 발견 시리즈
김영진 글, 한상무 사진 / 타이드스퀘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나름 여러 잡지에서 사진이며 글을 기고하는 이력의 두 작가. 뭐, 제주에서 몇 년 살아봤던 사람도 있고 나름 우리나라 식당의 이야기를 해주려는 포부는 좋은데...

전문적인 역사나 맛 해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 컨디션 따라 인터뷰하는 태도가 종종 불량스러워 보인다.

내가 식당 주인이라면 이런 인터뷰어들...별로....유명한 식당이라 아쉬운 것이 없다면 더더욱 거절할 듯.

제주에 살면서 가본 곳만 가게 되는 것 같아 종종 제주 관광지나 맛집안내 책을 훑어보곤 하는데..관광객으로서 여기 나온 식당을 가보고 싶다면 그 주변 관광지를 한번 둘러보는 형태로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잘 모르겠다.

 몇몇 식당을 심도있게 다룬것이 책의 본문이고 뒤에 부록첨부처럼 블로그에 많이 언급되는 가게들을 주~욱 지역별로 나열해주었는데..이미 유명한 곳이야 그렇다치고, 진짜 별로인 곳도 여전히 적혀 있는 것을 보면서 신뢰도는 훅~~하락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