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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평점 :
본 리뷰는 서사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열심히 말고, 그냥 살아❞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무너진 도연은
임상심리사 일을 그만두고 1년 동안 치료받은 뒤,
법원 조사관으로 새롭게 이직한다.
겉보기엔 합리적인 조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보수적이고 비합리적인
분위기 속에서 각종 잡무와 행사, 평가 지표에 시달리는 나날이 이어진다.
언니의 죽음 이후, 도연은 '열심히'살아야 한다는 말에 지쳐 있었다.
그래서 다짐한다.
이젠 그냥 살아보겠다고.
더는 애써 열심히 살지 않겠다고.
그렇게 모든 것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려 매일 다짐한다.
하지만 타인의 인생을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가사조사관의 일은
도리어 도연의 삶을 들여다보게 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도연은 자신의 아픔을 바라볼 용기를 조금씩 되찾아간다.
📖 25p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 그냥 발생하는 일들 말입니다.
지금이 그런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53p
열심히 말고, 그냥 살아.
열심히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거야.
📖 169p
"김 선생, 지도는 영토가 아니에요.
너무 가까이 있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조금 떨어져 있어야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참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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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의 시선에서 법원 조직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수적이고 비합리적인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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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상 나는 도연보다는 영신에 가까운 사람이다.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틀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튀고 싶지 않아 그냥 받아들이려고 하는 그런 사람.
영신이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라는 말에
나 역시 젊은 꼰대인가 싶어 괜히 뜨끔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감춘 채 열심히만 살아온 언니가
도연에게 남긴 유일한 말
"열심히 말고, 그냥 살아."
머리가 띵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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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으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친구로서, 직장인으로서
내게 주어진 많은 역할들을 감당하며
그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지쳐가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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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아'라니
너무 낯설고, 충격적이었다.
그냥 산다는 게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용기 있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힘을 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열심히만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결국,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 소설.
작가님 첫 작품이라는데.. 진짜 엄지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