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끝과 시작
이인구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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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썩지 않은 드라이플라워처럼, 향기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한 TJ는 은퇴 후, 우연히 파타고니아로 떠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보스니아 출신의 넬라와의 인연은 첫눈에 사랑에 빠질 만큼 강렬했고, 두 사람은 꿈같은 하루를 함께하지만 미래를 약속하지 못한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연은 이메일을 통해 계속되며, 1년간의 편지 속에서 넬라의 아픔과 그녀 가족이 겪은 전쟁의 참상을 알게 된 TJ는 진심 어린 말과 따뜻한 마음으로 넬라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갑니다.

1년 후 다시 파타고니아로 돌아간 TJ는 넬라와 재회하고, 세상의 끝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엘 칼라파테, 엘 찰튼, 우수아이아, 바릴로체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들에게 또 다른 시련을 안겨줍니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TJ는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넬라는 자신이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그를 보내주는 것이라 믿으며,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게 되죠.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왜 ‘시작과 끝’이 아니라 ‘끝과 시작’이라 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TJ는 ‘끝’에서 ‘시작’합니다.
관계의 끝, 일상의 끝, 감정이 말라버린 삶의 끝.
그 끝에서 그는 넬라를 만나고, 사랑을 통해 진심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이야기 속 넬라의 고통은 단지 개인의 상처가 아닌, 보스니아 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흔적입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상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합니다.
그 변화야말로 진짜 ‘시작’이 아닐까요.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오는 것. 그것이 진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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