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딩 유어 도그 - 과학으로 반려견을 해석하다
미국수의행동학회 지음, 이우장 옮김 / 페티앙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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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이 든 개에게는 새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 《디코딩 유어 도그》는 이 말이 틀렸다고 말한다. 열두 살 최몽구를 키우는 나는 이 문장 앞에서 멈췄다. 노령견이라는 이유로,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나는 몽구의 분리불안을 그저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건 몽구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나를 위한 회피였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몽구가 보였다. "개는 항상 학습하고 있다. 우리가 특별히 뭔가를 가르치지 않을 때도." 이 문장이 가장 뼈아팠다. 몽구는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을 12년 동안 배워왔다. 내가 바빠서 대충 반응할 때, 산책을 미룰 때, 함께 있어도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몽구는 그 모든 순간을 학습했을 것이다.


노령견 챕터를 읽으며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인지기능장애 증후군, 밤낮이 바뀐 일과, 점점 늘어나는 불안과 초조함. 이 책은 노령견에게 일어나는 행동 증상은 보통 건강 문제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몽구의 행동을 단순히 나이 탓으로 치부하고 넘어간 것들 중 얼마나 많은 게, 실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였을까.


"오로지 개에게만 관심을 쏟을 시간을 매일 조금씩 갖는다." 몇 분이 될 수도 있고 몇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온전히 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책은 말한다. 나는 몽구와 함께 있으면서도 정말로 몽구에게만 있었던 적이 얼마나 될까. 몽구의 외로움은 내가 집을 비운 시간이 아니라, 함께 있어도 다른 곳을 보던 그 시간들에서 왔을지 모른다. 




책이 반복해서 말하는 건 책임의 방향이다. 완벽한 개는 없고, 모든 임무를 잘해내는 개도 없다. 개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 그것이 보호자의 의무다. 개가 어떤 행동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그 시점에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는 우리를 화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눈, 귀, 꼬리, 몸으로 우리에게 말하려 할 뿐이다. 


나는 정말 몽구의 행복을 생각했나. 아니면 내 편의를 몽구의 이름으로 포장했나. 열두 살 최몽구.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는 항상 학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아직 배울 수 있다. 몽구를 제대로 보는 법을.


반려견과 함께 산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개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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