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브 연락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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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르브 연락 없다."



지구 탐사에 나선 외계인의 일기는 매일 밤 이 한 문장으로 끝난다. 동료인 구르브가 사라졌다. 처음, 이 문장은 단순한 보고였다.

구르브를 찾기 위해 외계인은 바르셀로나를 헤맨다. 게리 쿠퍼로 변신했다가 옷을 다 빼앗기고, 추로를 12킬로그램씩 먹고, 도랑에 빠지고, 경찰서를 들락날락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다른 문장들이 섞여든다.

"연이틀째 혼자 보내는 밤이다."

"오늘따라 구르브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자다 깨어났는데 옆구리가 허전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임무 보고서가 외로움의 기록이 되어간다.


2주 후, 외계인은 구르브와 재회한다. 하지만 구르브는 이미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다음 날 외계인은 구르브의 집을 떠난다.


그날 밤 일기는 다시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구르브 연락 없다."


이 문장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연락이 없다는 것은 부재가 아니라 단절이었다. 같은 도시에 살아도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언어를 쓰는데 통하지 않는 말들이 있다. 함께 있는데도 혼자인 순간들이 있다. 외로움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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