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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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하다 앤솔러지〉 두 번째 이야기 『묻다』




「고도를 묻다」 - 김솔

"고도를 믿는가?"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질문은 순환하고, 답은 오지 않으며,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베케트의 부조리극을 2025년 한국으로 소환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질문 자체가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는 것을.


「드래곤 세탁소」 - 김홍

정서가 그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제 영영 알 수 없다. 불면에 시달리던 유나는 밤늦게 세탁소에 들어가고, 주인은 거대한 드래곤의 날개를 깁고 있다. "답으로 사는 게 아니야. 물음이 있어서 사는 거지." 죽은 자를 땅에 묻어도, 그의 질문은 남은 자 안에서 계속 살아간다.


「개와 꿀」 - 박지영

'개꿀'이라는 말이 있다. 수경은 전시장에서, 다문화센터에서 일한다. 누군가는 수경을 "알고 보면 불쌍한 애", "하자 있는 애"로 취급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배분된 자리. 하지만 수경의 귀에는 커다란 꿀단지가 있다. 이 소설은 묻는다. 누가 '정상'을 정하는가. 경계에 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


「방과 후 교실」 - 오한기

초등학생 딸의 공포 동화 과제를 작가인 아빠가 돕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딸은 부모의 죽음을, 아빠는 딸의 상실을 떠올린다. 유쾌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다른 곳으로 향한다. 전세금, 이사, 나가지 않는 집. 환상의 공포보다 현실이 얼마나 더 무서운지를.


「조건」 - 윤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민어, 살구 세비체가 놓이고 서비스는 완벽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현재의 장면 사이사이로 다른 시간들이 포개진다. 비행기, 폭풍우, 대피. 접시 위의 살구와, 문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살구가 겹친다. "나는 살았다. 묻는다. 살릴 수 있었나." 생존자가 묻고, 죽은 자를 묻고, 침묵 속에 묻는 이야기. 





이 앤솔러지는 다섯 편의 소설로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묻다'라는 동사가 품은 모든 가능성을. 순환으로, 애도로, 경청으로, 행동으로, 파편으로.다섯 작가가 보여주는 건 답이 아니라 질문과 함께 사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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