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관람차가 있다.
녹슨 회전목마는 바람에 삐걱대고, 조명은 꺼졌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판타지아'라는 이름의 놀이공원이 문을 닫자
그와 함께 동네의 시간도 멈춰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홉 살의 모습으로 멈춰 버린 아이가 있다.
"어쩌면 자라지 못한 건 봄이 아니라,
아홉 살 그 시절에 머문 채 몸집만 자라 버린 아이들일지도 몰랐다."
열 살이 되기 전,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난 친구 '봄'을 남겨둔 채
가을, 유경, 균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 갔다.
하지만 몸만 자랐을 뿐,
세 아이의 시간은 여전히 그해 겨울, 아홉 살에 멈춰 있었다.
판타지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곳은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이며,
애도하지 못한 기억의 공간이다.
어른들은 판타지아를 두려워하며
굿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굿이 아니라, 기억과 애도였다.
봄을 기억하기 위해 판타지아로 향하는 아이들.
그 여정을 위해 상가의 불을 하나둘 켜주는 어른들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폭력 앞에서
무력했던 어른들과,
그 폭력을 이해할 수 없어
스스로를 탓하며 자란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한다.
잊으라고, 털어버리라고, 빨리 어른이 되라고.
하지만,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슬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몸 어딘가에 아홉 살의 시간으로 얼어붙은 채 남아
평생 우리를 부른다.
누군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이들에게
차마 자라지 못한 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뒤늦은 작별 인사이자
다시 시작할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