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결심 -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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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 집으로 간다.

거실 테이블에는 샴페인이 놓인다.


거품이 올라왔다 사라지는 잔을 보며,

두 사람은 다가올 끝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시간을 보낸다.


한 사람은 스위스행을 정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결정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운이 좋았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남긴 이 한 마디.

사랑보다 가볍고 감사보다 깊으며 미안함보다 따뜻한 이 말에,

관계의 모든 온도가 담겨 있다.


프랑스 시어머니와 한국 며느리.

서로 다른 레시피의 사과파이처럼 달랐지만

기꺼이 그 다름을 인정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고요한 결심》은 '조력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병원 침대가 아닌 자기 집에서,

의료 장치가 아닌 자기 의지로,

끝까지 '나'로 남고자 했던 한 여성의 선택.


그것은 포기일까, 아니면 가장 적극적인 자기 결정일까.


떠나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품위를 지키려 하고,

남는 사람은 그 선택을 이해하려 한다.






좋은 이별이란 무엇일까.

혹시 그건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 아닐까.

말하지 못한 채 떠나는 갑작스러운 죽음 대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서로에게 고마웠다고, 함께여서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애도란 사라진 자리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를 기억으로 다시 채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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