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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오늘 우리가 고르는 한 단어가, 하루의 온도를 바꾼다 ❞
이 책은 28개의 주제어와 750여 개의 순우리말을 삶의 장면과 엮는다.
사전식 나열이 아니라, 단어가 장면이 되는 순간을 비추며
기억·감각·관계의 결을 드러낸다.
그래서 읽는 동안, 단어가 곧 태도로 이어지는 느낌이 남는다.
AI는 쓸 수 없는 그런 글,
책을 즐겨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힐 이 책은,
매년 한글날이면 더 생각날 책이다.
▸ 감치다 : 오래 남아 배어드는 기억
▸ 드레 : 말과 태도에 깃드는 점잖은 무게
▸ 조릿조릿 : 붙잡히지 않는 조바심
▸ 볕뉘 : 틈새로 스며드는 햇볕
▸ 내밀힘 : 밖이나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힘
단어로 엮은 삶의 결을 떠올리니,
내 일상의 한 장면이 따라왔다.
위로의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
"무슨 일 있었어?" 대신 "나는 네 편이야."
해결책보다 곁에 머무는 마음이 먼저라는 태도.
문장을 고른다는 건 오늘의 자세를 고르는 일이다.
나는 요즘 드레를 자주 떠올린다.
말에도 무게가 있다. 같은 내용도 드레가 깃들면 결이 달라진다.
불안을 그냥 "힘들다"로 묶던 습관도 바꿔본다.
조릿조릿이라 이름 붙이니, 크기가 조금 줄었다.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변화의 크기는 볕뉘만큼이면 충분하다.
내일을 통째로 바꾸는 대신, 오늘 문장 하나를 볕뉘처럼 밝히기.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말버릇이 먼저 떠올랐다.
속도를 앞세우는 말,
모서리가 남은 말,
대충 뭉뚱그린 말.
그리고 천천히 바꿔본다.
우리가 서로를 부르는 방식이, 결국 서로를 살리는 방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