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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전히 빛난다 - 무력한 일상에서 찬란함을 발견하는 철학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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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드빌레르가 말하는, 일상 속 '아름다움'을 다시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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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즘 제대로 '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꾸며진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다"(p.20).
내려놓아야 비로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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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복도 끝 창문에 걸린 노을을 봤다. 수없이 본 하늘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계획도 필터도 없이, 그냥 만났기 때문이다. "찬란함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건과 같다"(p.34). 그 순간 우리는 관람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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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빌레르는 '보는 일'을 감각의 총동원이라고 설명한다. 듣고, 맡고, 만지며, 생각이 뒤따를 때 장면은 오래 남는다. 더 많이 이루는 것보다, 무엇에 붙잡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단순함이 필요하다. 첨가제와 필터가 늘어날수록 본질은 멀어진다. 목적 없이 받아들일 때 세계는 스스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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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도 도움이 된다. 소음을 잠깐 꺼두고, 찰나를 프레임에 가두기 전에 먼저 온몸으로 받아들이자. '로그아웃'은 단절이 아니라 잠깐의 정지다. 연결을 늦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되찾자. 그 빈 시간이 감각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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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름다움을 평화와 조화로만 그리지 않는다. 상처와 균열을 통해 더욱 빛나는 순간들도 있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따른다. 이미 존재하는 찬란함을 알아보는 눈은 나와 타자의 존엄을 함께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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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단순하다. 잘 찍기보다 제대로 보기. 이름 붙이기보다 머물기. 예고 없이 도착한 장면 앞에서 한 번은 온몸으로 서 보기. 세계가 달라지지 않아도, 내가 보는 방식은 분명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화만으로도, 오늘의 행복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