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영귀 옮김 / 새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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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거대한 벌레로 변한 채 눈을 떴다.

익숙한 방과 생활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그 순간부터 그는 가족의 일원이 아닌

집 안에 놓인 '처리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그의 변신은 인간성을 지워내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카프카는 변신한 그레고르의 시선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기능과 쓸모로만 평가받는지를 보여준다.

이 사회에서 누군가의 자리는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보다

얼마나 쓸모 있는가와 얼마나 덜 불편한가로 정해진다.

그레고르의 내면은 변하지 않았지만,

타인의 시선은 그를 더 이상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그는 짐이자 불편함의 상징이 되었고,

존재 가치는 온전히 타인의 판단에 맡겨졌다.

여동생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그레고르는 마지막까지 인간이었음을 증명했다.

그 음악은 그를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로 느끼게 했지만,

그 마음조차 가족과 하숙인들에게는

불쾌함과 수치심으로 가려졌다.

마침내 조용히 숨을 거둔 그레고르를 두고

가족은 울지 않았다.

오히려 억눌렸던 무게가 사라진 듯

여동생의 몸은 활짝 폈고,

그들은 새로운 출발을 계획했다.

카프카는 죽음을 슬픔이 아닌 해방으로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자기중심적인 시선을 끝까지 드러낸다.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인간을 쓸모로만 판단하는 사회,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서서히 지워져 가는

존재의 고통을 남겼다.

변한 건 그레고르가 아니라,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오늘도,

사회 속에서 또 다른 그레고르를 만들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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