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종이 울릴 때
임홍순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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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연필보다 땔감이 먼저 필요했던 교실.  

교육은 있었지만, 보호는 없었다. ❞




산골 초등학교 교사 김기수의 회고를 통해

6.25 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민낯과

교육 현장의 현실을 담아낸 소설이다.






교실 바닥 곳곳에는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이 있었다.

전쟁 중 반동분자가 총살당한 자리였다.

아이들의 손에는 연필보다 땔감이 먼저 쥐어졌고,

학교는 공부보다 버티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었다.

복순이는 서울 부잣집에 잔심부름을 하러 떠났고,

더 이상 학교에 나올 수 없었다.

동수는 화전민의 아들이었고,

기덕이는 아버지와 함께 뱀을 잡아

뱀탕집에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아이들의 삶은 가난했고,

그 가난은 학교 안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김기수는

어른으로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날,

먼 거리를 걸어 학교에 온 영수.

걱정스러운 마음에 김기수는 영수를 집까지 데려다준다.

며칠 후, 영수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단지 약을 사 먹을 돈, 병원에 갈 돈이 없었다는 이유로.


그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 시대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떠나보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책은 6.25 전쟁 직후부터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이승만 정권의 몰락,

5.16 군사정변, 그리고 유신헌법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 거대한 역사 뒤편,

작은 산골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간절한 곳에는

늘 통증이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한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쉽게 잊혀져 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고단함, 한 교사의 고민,

그리고 교실 안에 스며든 그 시대의 무게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다.


우리는 늘 크고 빠른 변화만을 기억하려 하지만,

어떤 시간들은 작고 느리게 흘러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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