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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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이러니 속에서 그의 시는 태어나고 아이러니를 껴안고 사랑하며 괴로워하며 눈을 뜬다."(김행숙, p.184)

 

 김수영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스물네 명의 문인들이 모였다. 이 책은 가족, 유교, 일본어, 한국전쟁, 전통, , 여혐, 니체, 죽음, 사랑, 풀 등 여러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김수영의 삶과 문학을 돌아본다. 시인의 탄생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4·19혁명 이후의 시간들을 통과하여 김수영이라는 사람의 흔적을 짚는 과정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김수영이란 시인은 혁명또는 참여시로 가장 먼저 해석되었던 시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채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관찰되어지고 새롭게 발굴되는 김수영은 우리가 그전까지 이해했던 시인보다 더욱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그의 시적 세계가 삶의 어떤 순간들을 거쳐 만들어져 온 건지, 그가 말하는 온몸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를 그가 생동하는 삶 가운데에서 짚어 볼 수 있었다. 그의 삶을 살피는 순간 그의 시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김수영은 평생 이분법과 싸워왔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 냉전과 이념 대립, 혁명과 반동의 역사는 무수한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오연경, p. 133) 시대였다. “전쟁을 체험하고 오랜 시간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던”(이경수, p.25) 김수영에게 이 시대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확신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기꺼이 의지할 수 없었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잇따른 상실의 경험으로 이 시기에 김수영이 바로 봄”, “대상을 정확히 바라보아야한다는 자기다짐과도 같은 태도”(박수연, p. 45)를 취하게 된 건, 어쩌면 격동하는 세계에서 휩쓸리지 않기 위한 안간힘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사물을 외부에서 보지 말고 내부로부터 볼 때, 모든 사태는 행동이 되고, 내가 되고, 기쁨이 된다라고 담뱃갑에 썼던 메모처럼, 그는 보는 법을 배움으로써 사물의 발견생활의 발견’, 나아가 내면의 발견을 이루어내려고 했다."(나희덕, p. 112)

 

 치열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가족과 일상의 의미를 파고들었을 시인이 건져 올리게 되는 것이란, “평범함 속에 위대함이 있고 거칢 속에서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이”(이경수, p. 25)인다는 발견이다. 대상의 본질을 읽어 내려는 시도에 대하여 헬리콥터나 팽이의 균형 잡힌 원운동”(p. 89)이라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이것이 그가 사용한 시어가 비유나 상징이 아닌 온몸인 이유”(오영진, p.90)인 것이다. 그렇게 사물을 보는 법과 사랑의 기술를 익혀 나간다.

 

 "그리하여 김수영은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같은 무수한 반동”(거대한 뿌리, 1964)에 굴복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다. 어쩌면 진보와 혁명은, 그처럼 비루한 일상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심보선, p. 167)

 

 그 외에도 흥미로운 키워드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욕과 돈, 그리고 죽음이란 키워드가 기억에 남는다. 욕설이란 것은 어쩌면 나의 고유한 감정과 언어를 누르고 웅얼거리거나 그럴듯한 말로 번역하지 않는 일”(p. 194)일 것이란 것. 시인이 자주 언급했던 새로움, 온몸, 온몸으로 쓰는 시, 자유, 사랑, 생활은 사실 추상에 있지 않, “비루하고 옴짝달싹 못하는 생활속에 숨어”(김진해, p. 190)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란 말이 와닿는다.

 

 "욕은 가장 강력하고 인간적인 감정의 발산이자 최후의 언어다. 기저귀에 싼 똥오줌, 불결한 냄새, 옷에 게운 젖, 밤새 이어지는 울음을 껴안아야지만 비로소 아이에 대한 사랑이 완성되는 것처럼, 언어도 욕이 있어야 완전해진다." (김진해, p. 190)

 

 시에 대하여 자기를 죽이고 타자가 되는 사랑의 작업’(산문 로터리 꽃의 노이로제, 1967)이라 표현한 것도 생각난다. 김수영에게 죽음이란 끝이 아니고, 거듭됨으로써 또 다른 삶을 가능”(p. 237)케 하는 무언가. “삶을 각성시키고, 생성을 이어나가게 하고, 나를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는”(이미순, p. 242) 무언가라는 것. 이를 두고 이 과정에서 몸은 자신을 둘러싼 억압의 실핏줄들을 비로소 보이게 하고 그것과 싸우게 될 것이므로 이 사랑은 미시적 투쟁이지 달콤한 도피는 아니라는”(신형철, p. 230) 이야기도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이처럼 끊임없이 사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시인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김수영 시는 독자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흔들고 복잡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내 몸이 아프다”. 내 몸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플 수 있는가. 아니, 어쩌면 거꾸로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가 모르는 자기를 이라고 부른 것인가." (신형철, p. 223)

 

 "사랑의 소리-파동은 멀리 나아가면서 가청권에서 지워지지만, ‘침묵의 형태로 사랑하는 암흑, 봉오리, 가시, 기차 등을 모두 아우른 후 거대한 사랑의 숲이 되어 다시 여기로, ‘사랑의 첫 발성자인 에게로 벅차게 밀려닥”(사랑의 변주곡, 1967)친다." (김수이, p.255)

 

 #하니포터 #하니포터3_이모든무수한반동이좋다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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