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작은 소녀, 누주드, 난 소녀의 이름을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의 나이. 우리나라의 나이로는 10살인 나이에 결혼을 했고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기분 좋은 생각을 가지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비밀처럼 여전히 하나의 굴레에 살아가야 했던 비극의 시간들이 연속적으로 누주드의 삶을 억압해왔고 제대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회와 싸워야했다. 진정 소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진정 무엇을 위해 소녀에게 보였을 새로운 세계로 발을 놓고 싶었던 것일까. 또래의 나이에 있는 아이들처럼 놀고 공부하고 성적에 대해 자랑을 하는 삶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이 책은 소녀가 겪었던 그동안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주듯 그리고 있었다. 소녀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무심히 혼자 멍하니 있게 되는 것들에서부터 남편의 잦은 폭력. 이 모든 것이 비밀에 붙여지고 알리려고 해도 자신이 당하게 되는 그런 사회의 모습들. 책은 우리에게 힘겹지만 기분 좋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소녀가 이혼소송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소녀 평소 무엇을 좋아했는지 장황한 설교가 아닌 자서전처럼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누주드의 삶. 그것은 아마 한 소녀의 이야기로만 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누주드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소녀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다시 찾은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힘든 과정에서 소녀를 도와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이제 소녀가 있는 곳에는 여름 냄새가 방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여름 밤의 모습을 보여주겠지. 충격적인 실체들은 이제 기억 속에 넣어두고 흔들리지 않고 진진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었겠지. 강제 조혼의 폐지가 있었던 날, 누구보다도 좋아했을 소녀, 책을 읽어가는 중간 중간 그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읽어서 그런지 더욱 감정이 이입되는 기분을 느꼈고 소녀의 손과 목, 그리고 소녀가 당했을 고통의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보상을 해 줄 수 있을지. 머릿속에선 책을 읽어 갈수록 그런 생각들이 차고 넘쳤다. 지치지 말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환한 빛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강제 결혼의 뜻하지 않은 소녀의 모습에서 나는 지난날의 나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멀리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이젠 견뎌내야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닌 희망의 기대 속에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