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머니를 돌보며’, 참 제목이 차분하게 느껴진다. 가까울수록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부르며 지내는 나에게 이 책은 따뜻한 엄마에 대한 사랑과 마음으로 쏟는 온갖 정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가는 중간 중간 나의 엄마를 떠올려보았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저자의 이름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사람이 쓴 잔잔한 느낌의 에세이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보는 순간 그런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한국사람과 외국사람, 그 경계는 이미 허물어진 뒤였다.
그리고 조금씩 책 읽기에 몰입을 하고 있을 때 생생한 기록적 글쓰기에 나는 또 한 번 좌절을 하고 말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았던 딸의 기록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고 그냥 눈을 뜨고 읽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있는 눈을 보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잠시 생각을 해 보았지만 답은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묵묵히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눈으로 읽어가며 따라갈 뿐이다.
내 어머니이기 이전에, 7년이란 시간이 흐르면 이젠 환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소통을 하면서 손과 발이 되어 주어야했던 딸. 그러나 어머니라는 존재를 굳건히 지켰던 모습에서 나는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 모습이 꼭 나의 어머니 같았다.
7년이란 시간을 자판을 두들겨 적고 있지만 그 시간은 침착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시간이다. 그리고 딸이라는 몫은 이제 ‘나’라는 자아의 존재를 버리고 돌보는 사람의 역할만을 충실히 해 가는 모습에서 절망과 싸우고 자신에게 하루하루 주문을 외우듯 그 시간을 감내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머무르게 되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록이 아닌 우리에게 많은 본보기가 되어 주고 또한 누구에게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조용하게 그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늘 함께 있을 것 같은 어머니.
그녀에겐 딸이 없다면 존재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 또한 눈이 멀게 되는 계기로 또 한 번의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딸로서 용감했다. 그리고 절망하지 않았다. 무너질 것 같은 하늘도 그에겐 그저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었기에 무너지는 하늘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많은 무게감이 자신의 어깨와 다리에 힘을 가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끝내 이겨냈다. 자신보다 더한 사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도 그녀는 끝내 손을 놓지 않았다. 머릿속엔 온통 어머니 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는 어둠.
긴 터널의 끝에서 세월은 희망의 빛을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 앞에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먼 이야기가 실감이 날 만큼 나에게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놓지 않고 돌보았던 마음은 책의 곳곳에 숨어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기록이 내 마음에 들어와 잃어버렸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들려주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풍요로워졌다.
가슴이 저미는 듯한 슬픔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웃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어머니가 의심하기 전에 그 기색을 숨겨두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딸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이제는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진해서 말을 건네면서 다른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또 다른 이야기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사랑이 전부라는 것을 알지만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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