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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감정들 - 무엇이 우리를 감정의 희생자로 만드는가 ㅣ 자기탐구 인문학 4
조우관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언제부턴가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없게 되었다.
소심했던 마음은 더 작아져
인간관계가 불편해지고 한없이 고립되어 갔다.
말하는 것이 서툴어지고 목소리도 작아졌다.
그러나 동시에 외로웠다.
혼자라는 자유로움도 있었지만
일상이 지루하고 혼자만의 즐거움은 짧기만 했다.
남는 건 허무뿐이었다.
책에서는 외로움을 부재에 대한 갈망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단순한 욕구를 넘어서는 인격적 존재에 대한 그리움으로
타인의 존재를 통해 해소된다고 한다.
대학시절 2년의 기간동안 친구가 없었다.
혼자 다니고 혼자 밥 먹으며 혼자 수업들었다.
친구, 동기, 선후배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웃고 떠들썩대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리고 2학년 말 엄마의 등쌀로 마지못해 신청했던 학교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친구들을 만났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친구들을 만나기 이전처럼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등교하는 일상이지만
옆에 친구가 있다는 차이만으로 그 다음 한 해는 학교 생활이 즐거웠다.
그들의 존재만으로 변화가 찾아오고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
그렇게 나의 외로움은 자연스레 허물어졌다.
인간관계가 불편하여 피하는 것은 나를 계속 외로움의 수렁에 빠지게 할 뿐이다.
외로움이 소통 가능한 인격의 부재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타자에게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
외로울수록 마음을 열고 나를 보여줘야 한다.
#2.<억눌린 감정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 파트에서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하여 자아가 고갈되는 것을 다룬다.
자아가 고갈되면 정신력, 자기 통제력이 떨어져 슬픔이나 우울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에 더욱 빠져들기 쉬워진다.
결국 욕구에 집착하게 되고 욕구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져서
충동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내 이야기가 나와서 공감된 부분이 있다.
다른 사람과 다투거나 논쟁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피하고 말자.
내가 참고 말자 다짐해왔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니 감정을 더 소비하고 더 힘들 것 같아서 피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나의 뇌에서는 내가 참는 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나는 내가 여태껏 나의 자아를 고갈시키고 있는 줄 몰랐다.
그동안의 나의 평화주의자적 대처 방식이 결국 나를 닳게 만들고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물론 털끝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모든 것을 폭발시키는 데도 에너지가 쓰일 테니.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이제는 무조건 참는 대신 자신을 조금씩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터득해야 한다.
그래야 자아가 고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제는 내 감정을 죽이거나 스스로의 생각을 묵살하지 말고 표현하고 말해야겠다.
비록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아도, 밉보일 것 같아도 입을 열어야겠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니.
#3.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 는 말이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달콤한 거짓말>이라는 파트에 있던 내용인데
뇌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뇌 구조가 ‘승자의 뇌’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고생을 이미 지나온 사람은 지금 고생을 겪고 있는 사람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감대를 이끌어내어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고생을 미화하며 얘기해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 같다.
한편으론 불행을 맞은 이에게 다음엔 더 잘 될거야 라고 위로하는 것이
그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이 편을 통해서 깨달았다.
선의로 한 얘기일진 몰라도
그에겐 암묵적으로 그쯤해라는 식의 압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안좋았던 일에 대해 얘기하고
친구들이 위로하거나 같이 화내주면 그 얘기는 거기까지 끝내야 할 것 같다.
안좋은 얘기 계속해봤자 약한 사람, 성격이 우울하거나 어두운 애로
낙인 찍힐 것 같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그냥 담담히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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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를 만난 것 같았다.
공감되는 얘기들도 많았고 그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하여
감정의 표현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더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간마다 언급된 다양한 연구내용은 읽는 데 흥미를 돋구어줬다.
정신적으로 지친 분들
마음이 울적한 분들께
추천해본다.
♣본 서평은 가나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