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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차별 없는 세상,, 과연 이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인가...
오랜만에 책을 읽고 참 많이 울었다. 1학기 때 읽었던 전태일 이후로,, 이 책은 동물, 동성애자, 장애인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의 천부적 권리침해에 대해 10명의 만화가가 그린 만화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더더구나 내가 차별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연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더 부끄러웠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이 책의 부제처럼 과연 차별 없는 세상은 언제쯤이나 올까?
동물을 천시하는 인간,,, 그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세계 각지에서 동물들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극장의 우상에 빠졌는지 꼭 동물들이 사람들에 무조건 결부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주인이 부르면 오는 누렁이의 모습은 나를 정말 부끄러운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동물들은 그들의 주인이 자신을 때리든 천시하든 아랑곳 않고 충성을 맹세하는데 반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장애인인 어머니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여자라서 무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장애인이라고 사회에서 추락시켜 버리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던진 돌에 개구리를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은연중에 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절망 속에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기 손으로 낳은 자식을 자기가 키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장애인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을 사람들은 알기나 하는 걸까,,
코리안 드림을 이루겠다고 큰 포부를 안고 한국에 왔지만 직업 소개인들의 달콤한 말과는 정말 다른 상황에 고향에 돌아갈 수도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나약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들의 따가운 시선,,, 정말이지 이 부분에서는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우리의 초대 대통령도 하와이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셨고, 우리들의 할아버지들도 제국주의의 칼 아래 강제로 만주로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가셨다. 그리고 불과 50년도 지나지 않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은 독일로 중동으로 외국인 노동자로서 돈을 벌러 가셨다. 우리는 그런 생활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안다. 우리를 무시했던 여러 열강들을 보면서 다음에 우리가 대국이 된다면 절대로 저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정말 글로 적기 부끄러울 정도다. 3D 산업을 도맡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우리의 경제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존엄한 인간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해당하는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삶이 더 나아졌다는 말은 꿈에서도 들리지 않더라,,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 그리고 그들을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등한 인간으로 대해주는 다정한 배려일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이 책을 읽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부모님께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오늘 밥과 반찬은 왜 이러나 아무 생각 없이 투정부리고 있을 때 우리 사회의 구석에서는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핍박과 무시를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생명으로 태어나서 차별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 불과 30년 전만 해도 피를 나눈 사촌보다 이웃사촌들과의 관계가 더 끈끈하던 동방예의지국의 사람들이 이제는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 정신이 피폐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커서 이 사회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서 서글프게 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 인권 원동을 할 것이다. 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차별 없는 세상’이 이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말이 아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