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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카드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안전카드'라는 제목의 작은 책은 일본의 유명 SF작가 호시 신이치의, 일명 쇼트쇼트(short short= 초단편소설)라 불리는 소설 여러 편으로 이루어져 따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자투리시간에 읽기 편한 책이다. 작가 호시 신이치의 책은 처음 접해봤는데 가볍게 읽히지만 그 가벼움 속에 재미와 반전이 있는 이야기였다.
플라시보 효과란 말은 가짜약을 환자가 복용했을 때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하는데, 플라시보 시리즈라 써있는 책 답게, 호시 신이치의 '안전카드'는 인간의 착각에 따른 일의 결과에 대한 의문을 던져준다. 모든 이야기가 다 재밌었지만, 책 이야기 중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역시 [안전카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안전카드]는 어느 날 안전카드를 갖게 되어 안전해 진 청년이 안전카드가 사라지자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껴 '안전'하기 위해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안전카드를 받기 전에 그는 자신의 안전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안전카드가 생긴 뒤로는 안전카드가 마치 자신의 안전 자체처럼 생각하며 그것에 의지하였고, 그것을 잃어버렸을 땐 마치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 되어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징적 물건을 가지고 살아간다. 결혼 반지, 소속된 곳의 배지(badge)라던가 어느 귀족계모임의 수첩 등... 사실 결혼반지가 없다 하더라도 널 사랑하지 않는게 아닌데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의 커플링을 꼈는지 안꼈는지를 보며 그가 날 사랑하는지 안사랑하는지 판단하며, 금빛배지를 달면 사람보다 배지를 보고 그를 대우하는 사람들, 종이 하나로 자신이 특별하고 대단한 모임에 소속되어있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 모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는 가지고 있는 물건은 그 물건 자체가 의미있다기 보다 그 물건이 상징하고 있는 것의 본질적인 가치가 갖고 싶었던 것인데, '물건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잊어버리고 글 속의 청년 처럼 안전카드에 -안전카드가 증명해준다고 생각하는 안전이라는 '상징성'에- 집착하고 살아가지 않는가?
- 안전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당신은 안전합니다.
대신 안전카드를 갖기 위해선 당신은 내 지시에 따라서 살아야 합니다.
청년은 왜 안전카드를 갖고 싶어 했을까? 그가 안전을 보장받고 싶었기 때문일것이다. 왜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했을까? 그가 오래오래 살고 싶기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왜 오래 살고 싶은가? 왜 살아가는가? 다른 사람에게 조종당하는 삶이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런 우를 종종 범하지 않는가? 진짜 지켜야 할 것은 눈 앞에 보이는 물건이 아닌, 보이지 않음에도 좀 더 중요한 무언가라는 것을 말이다.
호시 신이치의 소설들은 짧지만 그 짧은 이야기 속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책 '안전카드' 역시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져 있기에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