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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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단조로운 표지를 보며 그 표지만큼이나 단조로운 농부의 성공이야기를 예상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어떤 농부가 무농약으로 재배한 맛있고 썩지 않는 사과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라는 간단한 줄거리의 이야기. 뻔하지,뭐- 처음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당연한 포부로 시작했지만 절망을 맞이하고, 바닥까지 곤두박질쳐져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오히려 길을 발견하여 결국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했다는 평범한 자전적 이야기 아닌가? 수많은 인물들의 성공 이야기를 읽으면서 으레 누군가의 성공이야기란 정말 단조롭고 지루한 패턴이라 정의한 것 처럼 말이다.  
 
 역시나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이 책이 굉장히 잘 써져있는 평이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내가 예상한 패턴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어쩐지 난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성공 과정을 뻔히 예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굉장히 재밌게 읽어버렸다. 

 의외로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이유?

  하나는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표지가 속과는 다르게 너무나 단조로웠다는 것이다. 투박한 표지를 보며 재미없을거라 단정지은 예상과는 다르게 예쁜 그림이 중간 중간 들어가있는 책은 기대치보다 높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딱딱하거나 지루할거란 생각은 책을 몇 장 넘김과 동시에 책의 그림들이 만드는 분위기에 가볍게 사라져갔다. 책을 모두 읽고 기무라씨의 사과도 아마 책처럼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그 속살에 더 맛있게 느끼지 않을까 상상해 볼 정도.

 둘은 '농부'란 직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겨냈다는 것이다. 농부라면 뙤약볕에서 햇빛을 쬐며 허리를 굽히고 풀을 뽑거나 짚모자를 쓰고 농약을 뿌리는 육체적인 작업이 주를 이루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나와 관계없는 딴나라 (실제로도 일본인이지만) 사람 이야기처럼 느꼈었는데, 농업이 육체적인 노동이 아니라 끊임없는 생각과 실험에 자신의 경험까지 더해 이뤄내는 두뇌 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며 그가 무농약 사과 재배에 성공한 이야기가 그저 농약을 치지 않고 우연과 우연이 겹쳐져서 이뤄진 단순한 작업이었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냈다는 것이다. 

 셋은
무농약 사과 재배에 성공한 기무라 아키노라씨에게 공감대를 끈 글의 내용이었다.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 역시
흥미를 가진 것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효율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좋아하는 보통사람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에 의외로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고,  더불어서  책을 통해 '기무라씨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여 성공했다', '그 노력은 어떤 전문적인 지식보다도 자신의 체험과 경험이 기반이 된 것이었다','노력하는 인간은 성공한다', 그래서 '나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묘한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것.

 물론 이 책은 그의 자연농법과 사과나무와의 교감을 하며, 사과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가 중점이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에 도전하여 그 상식을 바꾸어냈다는 것에 이 이야기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과를 재배할 땐 인간의 노력보다 자연의 힘이 더 중요할 지 모르지만, 기무라씨의 성공 스토리를 읽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가 그런 깨달음을 얻어 성공하는 과정을 보며 인간이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 뒤에는 끈질긴 노력과 인내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달까. 

 어리석은 사람은 기적을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말처럼 그가 이뤄낸 것이 그가 노력한만큼의 값어치로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나 자신도 그 어떤 '기적'적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이 노력의 가치란 사실을 인정하고 노력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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