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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 <자유로운 삶 1, 2>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들이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하진은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면 꼭 읽고 싶어지는 소설가이다. 책소개를 읽는 것만으로도 매혹적이다.
출판사 책소개
《자유로운 삶》은 작가 하 진의 발걸음을 하나로 응축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해 매일 십수 시간을 일하면서도 카운터 아래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시집 하나를 간직하고 있는 작은 식당 주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기기 위해 20여 년이 필요했다는 하 진, 그 지난한 노력의 결과인 《자유로운 삶》은 언어적 어려움을 삶의 조건 중 하나로 부여받은 이민 1세대에서 그 언어권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성공스토리를 그리고 있지 않다. 그랬다면 작업은 훨씬 간단했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처럼 하나의 줄거리로 요약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서평처럼 “삶은 하루 또 하루를 견뎌낼 때는 도저히 바꿀 도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년이 흐르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인생의 경이로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말하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하다. 주인공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건, 그가 만났던 식당 주인처럼 자비 출간한 시인으로 남았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 진은 이 작품에서 난의 하루하루를 천 페이지에 걸쳐 그려낸다. 거기에는 독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어떤 과장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난 우의 시(詩)가 수록된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자유로운 삶》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여기에 있어서 기쁜>이라는 서평의 제목에 공감하며 하 진이라는 작가가 여기에 있어주어서, 그리고 우리가 삶의 이 자리에 이르러서 기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로힌턴 미스트리 <가족 문제>
<그토록 먼 여행>과 <적절한 균형>에 이은 로힌턴 미스트리의 파르시 가족(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도) 3부작 <가족 문제>가 이제야 번역됐다! <가족 문제>는 2002년 맨부커상 Shortlist에 올랐던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그토록 먼 여행>은 1991년에, <적절한 균형>은 1996년에 모두 맨부커상 Shortlist까지 올랐구나.
알라딘 책소개
로힌턴 미스트리는 19세기 거장들에 비견되는 사실주의적 기법을 견지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인도인의 삶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 왔다. 그가 그리는 인도인의 삶은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면서도 일상의 깊숙한 내면에서 성스러움을 발견하는 감동적인 드라마다. 이번 소설은 그가 줄곧 선보였던 극사실주의적이면서 온정적인 리얼리즘의 절정을 이룬다.
<가족 문제>는 그의 장편 소설 3부작 중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필연적으로 관계 맺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문제는 단지 가족 안에서만 발생하고 머물지 않는다. 사회와 국가의 문제들과 복잡하게 뒤얽혀 수많은 부정과 문제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작가는 보편적 인간애의 존재를 힘겹게 찾아 우리 앞에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펼쳐지는 작은 승리들,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인간애이다. <가족 문제>는 로힌턴 미스트리가 추구하는 '적절한 균형'으로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토머스 핀천 <느리게 배우는 사람>
새물결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펴낸 <중력의 무지개>뿐만 아니라 '엄청나고 대단한 고전 작가'라는 인상이 새겨져 있어서 토머스 핀천이 생존 작가라는 사실을 자꾸 까먹는다! <Bleeding Edge>가 2013년 미국 National Book Award Finalist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아무튼 그의 문학적 성장과정을 엿볼 수 있는 단편집이라니 반갑다.
알라딘 책소개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네명의 소설가로 꼽히는 핀천은 현대사회를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특유의 상상력과 과학소설에 끼친 영향으로 싸이버펑크 SF문학의 선조로 인정받는 소설가로서, <느리게 배우는 사람>은 초기에 쓴 다섯편의 단편을 모아 작품을 쓴 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4년에 출간한 것이다.
데뷔 장편이 나온 이듬해에 발표된 '은밀한 통합'(1964)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모두 핀천이 대학생 시절에 쓴 작품들이며 소설집에 실린 초기 다섯편의 작품을 보면 핀천이 이후에 발전시킬 주제와 스타일, 취향 등을 짐작할 수 있다.
핀천은 소설집 앞에 긴 작가 서문을 붙여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의 미흡했던 점, 즉 어두운 말귀 때문에 대화의 많은 부분을 망가뜨리고 있는 점, 개념이나 관념을 먼저 앞세운 탓에 등장인물의 생생한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을 고백하고 있다. 작가 서문은 각 단편들에 대한 해설과 비평으로서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핀천의 문학적 성장과정을 자전적으로 소개하는 글이기도 하다.
마크 트웨인 <얼간이 윌슨>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다!
'가장 위대한 문학 사기꾼의 원숙함', '추리소설 전통에도 닿아 있는 독특한 작품'이라니 더욱 궁금해진다.
알라딘 책소개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작은 아니지만, F. R. 리비스 같은 평론가는 '무시당한 걸작',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고전'으로 꼽으면서, 이 작품만으로도, 또 트웨인의 다른 대표작들과 연결 지어 보아도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는 걸작이라 평한 바 있다.
중편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에, 미국 남부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시작해 후반부로 가면서 탐정소설 분위기로 전환되는 이 작품은, 미국의 역사와 노예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한편 에드거 앨런 포우 이래의 추리소설 전통에도 닿아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또 각장 서두에 '얼간이 윌슨의 책력(冊曆)'이라는 허구의 문서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아이러니한 경구를 섞는 등 마크 트웨인 특유의 신랄함과 유머가 곳곳에서 발휘되며 '가장 위대한 문학 사기꾼'의 원숙함을 엿볼 수 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우주의 개척자>
로버트 A. 하인라인, 일단 믿는 SF 작가!
출판사 책소개 중 마지막 단락, 재미있다.
출판사 책소개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기의 대단원을 내리는 작품이자, 후대의 글 좀 쓴다고 하는 SF 작가들을 홍보할 때 언제나 표방하는 이름인 ‘제2의 하인라인’이 아니라 진짜 오리지널 하인라인이 쓴 1951년 레트로 휴고상 수상작.
흔히 미국적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라고 불리는 미국인들의 정신구조의 근간 중 하나인 개척자 정신을 우주시대에 대입한 작품으로, 시련과 고난이 올 때 ‘내 집’, ‘내 고향’의 의미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자연적 대재난의 모습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연구를 할 수 있을 만큼 충실한 과학적 묘사가 돋보인다.
멀쩡한 신림4동을 땅값을 위해 신사동으로 바꾸고, 아파트 이름도 최신 이름으로 바꾸려고 아우성이 넘치는 곳. 성공하면 힘겹고 초라했던 과거를 지우기에 급급하고,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강남으로만 가고자 하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자신이 자라고 떠나온 집과 고향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