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흥.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을 읽은 다음에는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 뭐가 그리 좋냐고 물으신다면요, 저는 또 그냥 한 번 읽어보시라고 할 수 밖에요. 제가 일본 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요, 이이는. 저에게 관심이 좀 있으시다면 (없으셔도 됩니다만;;) 제가 추천하는 작품 1위에는 늘 그의 작품 [칼에 지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아실 텐데요.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나니 갑자기 [칼에 지다]가 또 한 번 읽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책이 멀리 있어 안타까운 마음만 부여잡고 있습니다만, 안 읽어보셨다구요? 부탁드릴게요. 아사다 지로의 다른 책은 몰라도 그 책만은 꼬옥! 읽어보세요. 부탁까지 할 정도냐구요? 그렇다니까요! 이 사람의 작품은요, 읽고 나면 가슴 속에서 작은 벌레 같은 것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게 해요.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저지만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단편이고 장편이고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읽습니다. [장미도둑], [슈샨보이] 도 괜찮았지만 이번 이야기 [가스미초 이야기] 역시 참 좋습니다. 자꾸 뭐가 좋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그렇잖아요~감정은 칼로 무를 써는 것처럼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감정 또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이 작품은 아련한 추억과 소중한 것이 사라진 데 대한 안타까움, 가슴을 충만하게 하는 설렘과 목이 메이게 하는 슬픔까지 모든 감정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여덟 편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주인공인 이노의 집은 사진관을 경영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요렇게 네 식구랍니다. 실력있는 사진사였지만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이노와 하루코의 짧은 사랑, 늘 티격태격하는 사제지간인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정, 임시교사로 발령받아 온 해리와 동급생 리사의 사랑, 할머니의 첫사랑, 이노와 마치코의 안타까운 사랑과 그 두 사람에게 일어난 불가사의한 이야기, 할머니의 첫사랑의 등장으로 인해 알게 된 가족의 비밀, 여름철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 이노의 졸업사진을 소중한 선물로 남겨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펼쳐집니다. 표지가 노오란 은행잎으로 장식되어 있어서인지 한층 더 애틋하고 아릿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답니다.
 
저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 곳에 영혼이 찍히기 때문에 사진에 찍히면 오래 못 살 것이라 생각하고 통곡을 하기도 했다지요. 저는 그런 미신은 믿지 않아요. 제가 사진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곳에 찍힌 제 모습이, 제가 아닌 다른 존재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색한 표정과 어정쩡한 자세. 과연 이것이 내가 그리던 내 모습인가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사진 찍는 걸 달가워하지 않지만, 요즘에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사진도 역시 추억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무작정 찍었던 사진이 먼 훗날 자신에게 어떤 추억을 선물해줄지 기대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요. 특히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노의 할아버지라면 사진을 찍혀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집니다.
 
아사다 지로는 참 따뜻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간질이는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참,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독자들처럼 저도 그가 야쿠자 출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하네요. 뭐 야쿠자 출신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선물해주는 그가 있어 행복하다는 거죠. 이 가을, 추억과 따스함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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