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야, 아들 (놈) 아! 요새 책을 좀 읽기 시작하더라? 요새 네가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를 읽기에, 물론 학교 숙제이긴 했다만, 대견했다. 책읽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 눈엔 더 없이 이쁜 법이다.  

가만히 내가 중학교땐 뭘 읽었더라, 생각해 봤더니....처음 배우는 세계사 시간에 나오는 작가들의 책을 (토마스 만, 막 이런거!!!!) 읽었지만 지금은 줄거리도 생각 안 나는거 있지. ㅜ ㅜ 하지만  헤르만 헷세, 전혜린. 딱 고맘때 성장기 문학으로 지나치게 되는 (하지만 그땐 나 혼자 이 좋은 책을 읽는다고 착각을 마구 마구 하면서 행복해 했던) 책들이 내 곁에 있었지. 

나는 기억도 남지 않을 너무 어려운 (논술 대비용) 고전을 너한테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하고 해법도 보이지 않는 청소년 소설도 위험하다. 아, 이럴 때 "책에 대한 책" 을 찾게 되나 보다.  

 청소년기에 읽은 책이 씨앗이 되어서 어른이 되었을 때 큰 위로가 되리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세상엔 책으로, 그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 투성이지. 암. 하지만  네가 열심히 읽는 책이라면 그 속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피의 세계> 처럼, 또  매일 화난 얼굴로 씩씩 거리는 네가 감동 받으면서 읽은 책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처럼.  

나를 몰라주는 세상. 진짜 속마음을 표현할 수 답답함. 사랑하지만 또 미운 부모와 어른들. 어서 그들과  동등하게 서고 싶은 마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도 없는 자신…. 이런게 아닐까.  

신간을 훑어보다 네 또래, 또 너보다 몇 살 더 큰 고등학생 같은 청소년들이, 또 답답한 나 같은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찾았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 준아, 네가 지금의 매콤한 사춘기를 잘 견뎌내고 멋진 어른으로 커나갔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매일 고민하지만, 아, 나도 마음 따로 몸 따로이다. 자꾸만 너한테 험한 말을 한다. 미안하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는 엄마도 읽었어. 눈물도 조금 났지. 불쌍한 주인공이 너무 안돼어서 울었고, 잔인해 보이는 그애 아빠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서 울었다. 넌 그 이야기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왜 그 다음 이야기, 그애 형의 또다른 사춘기 드라마 Cruise Control 까지 찾아 읽었을까.  

우연은 아니지만, 이번 달 신간 목록에서 아픈 경험을 한 주인공 이야기를 찾았어. 책 설명도 눈길을 끌더라.   

 지은이 오히라 미쓰요는 중학교 때 당한 왕따 때문에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할복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한다. 그 이후 비행청소년으로 지내다가 급기야는 야쿠자의 아내가 된다. 그러다가 이혼을 하고 호스티스 생활을 전전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가깝게 지내던 아저씨를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서 손님과 호스티스로 마주치게 되고 그 이후에 아저씨의 간곡한 설득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아저씨는 진정한 복수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모략하는 식으로 복수하면 그 쪽도 상처를 입을 거고, 일단 상처 입은 상대방은 두 번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다가, 결국 너 자신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오게 되지. 그보다는, 최대의 복수는 네가 보란 듯이 꿋꿋하게 일어서는 거야."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내가 망가지는 것을 원하고, 나를 망가뜨리기 위해 철저히 짓밟았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어서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무척 힘겨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이다.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복수. 


사랑과 이해가 아니라, 복수라니. 그래도 되는 걸까.  어쩌면 나도 이 비슷한 말을 너한테 한적이 있었던 것 같아. 널 못살게 굴었던 그 녀석들을 패주는 게 답은 아니지. 또 너 자신을 망가뜨리는 거야말로 제일 멍청한 짓이고.  무섭게 보이는 이런 진실을 말해주는 저 책 제목과 설명글을 읽고는 이건 너랑 나랑 같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어. 책이 오거들랑, 음, 내가 먼저 읽을께. 술집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대서, 쪼금 걱정이 되서 그래. 너도 뭐 어느정도 알건 안다고 했지만, 난 아직 네가 19금 묘사가 나오는 책이나 영화를 접하는건 불편하다.    

그리고, 네가 항상 어렵다, 어렵다, 를 입에 달고 대하는 그 놈의(????) 詩를 좀 읽어 보자. 네가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나 "운수 좋은 날"을 재미없어 하는 건 어느정도 참을 수 있었어. 하지만 윤동주의 서시를 심심하다고 표현할 땐, 엄머나, 이 노릇을 어찌할 꼬! 앞이 그야말로 깜깜하더라. 난 나름 문학 소녀였지만 남자 중학생들은 책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몰라. 하지만 시는 끔찍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야. (해치지 않아요~) 시를 너무 어렵다고, 재미없다고만 밀어놓지는 말자. (실은 내 꿈이 시인이었단다. 웃지마! 진짜야) 얘, 선생님들이 좋은 책을 내셨더라. 이거 한 번 읽어보자. 이건 19금 묘사 없겠다. 다행. 선생님들이 쓰셨대도 절대 우리 이 책을 공부하는 식으로, 아님 시험 준비 용으로 읽지 말자. 그냥 읽고 느낌을 (십대 vs 사십대) 나눠보자꾸나!!!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엄청 멋진 엄마 같다. 너도 그렇게 생각 ....응, 안 한다구?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0-10-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의 세 권이 이번달 관심 신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