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언제부터 자유를 위한 투쟁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다. 남아프리카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의 인식 여부에 상관없이 정치화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나는 어느 한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계시를 받았다거나 또는 진리를 개우쳐서 투사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쌓여온 모욕감과 모멸감, 그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순간들이 내 안에서 분노심과 저항심 그리고 우리 민족들을 가두고 있는 사회 체제에 대한 울분을 키운 것이었다. 어느 특정한 날에 "자! 이제부터 나는 우리 민족의 해방을 위해서 살겠다"라고 선언했던 것도 아니다. 그보다도 나는 어느 순간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와는 달리 행동할 수도 없었다.-143~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