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편집

 

생명과학(life science) 세계에서 지금 가장 주목을 모으고 있는 기술로 크리스퍼 캐스 나인(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다. 예를 들어, 201512월 미국 과학학술지 Science‘2015년의 혁신적 과학 성과(2015 Breakthrough of the Year)로 이 기술을 선택했다.

또 미국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 CEO 등이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상생명과학 부문의 2015년 수상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제니퍼 두드나(Jennifer Doudna)와 스웨덴 우메오(Umea) 대학의 엠마뉴엘 샤펜티어(Emmanuelle) Charpentier였다. 두 사람은 CRISPR-Cas9을 함께 개발한 여성 연구가들이다.


CRISPR-Cas9은 게놈의 목적 장소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조작을 간단하고 신속하고 효율성 있게 실시하는 기술이다. 게놈 편집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의 등장으로 자신의 세포를 채취하여 특정 유전자만을 바꾸어서 다시 신체로 되돌리는 유전자 치료를 보다 간단하면서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일부 바꾸어 질환 치료나 예방에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이것도 본인 활용이라는 의료의 트렌드를 도입한 기술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고전적인 유전자 변형은 DNA 염기 배열의 몇 개의 염기(鹽基)를 인식하여 절단하는 제한효소(制限酵素)를 이용해서 실시했는데 이 방법으로는 목적으로 삼은 부분 이외에 만약 같은 DNA 배열 부분이 있을 경우 그것을 절단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또 절단된 장소에 목적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도 운에 맡겨야 하며, 우연히 변형을 일으킨 것을 나중에 골라내야 하는 식이어서 효율성이 매우 낮았다. 그 때문에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막은 유전자제거생쥐(knockout mouse)라는 실험동물을 제작하는 데에 1, 2년이 걸렸고, 300~500만 엔의 비용이 들어갔다.





CRISPR-Cas9으로 보는 게놈 편집 구조


여기에 비하여 2000년 대 중반에 등장한 것이 게놈 편집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DNA10여 개의 염기 배열을 인식하여 절단하는 것 이외에 인식하는 배열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DNA에서 목적 유전자만을 정확하게 절단하거나 변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자의 기능을 막고 싶다면 그 염기 배열을 절단하는 인공 효소와 핵산을 합성하여 세포에 첨가하면 된다. 인공 효소 등과 함께 외부로부터 다른 유전자를 세포에 첨가해두면 절단된 DNA가 회복될 때, 목적 유전자를 DNA에 삽입(knockin)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놈 편집 기술 등장으로 유전자제거생쥐의 제작 기간은 한두 달로 단축되었고 비용도 수십만 엔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복수의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놈 편집 기술 중에서도 취급하기 쉽고 효율성이 높아 주목을 모으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설명해온 CRISPR-Cas9이다. 세균 등이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으로 이시노 요시즈미(石野良純) 등 일본인 연구가들이 발견한 배열에, 앞에서 소개한 두 여성 연구가들이 착안하여 게놈 편집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여 CRISPR-Cas9을 확립했다.


게놈 편집기술을 의료에 응용하는 기술은 이미 임상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상가모 바이오 사이언스(Sangamo Bio Sciences)는 게놈 편집을 이용하여 에이즈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 2단계에 착수했는데, 여러 명의 환자들의 증상이 개선되거나 복용 약을 중지하게 되었다. 에이즈는 인간의 면역 기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에 HIV바이러스가 감염되어 발병한다. HIVT세포의 표면에 있는 특수한 돌기를 단서로 세포 안에 침입, 증식한다. 게놈 편집으로 이 돌기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CCR5)의 기능을 막는다면 HIV가 증식하기 어려워진다. 에이즈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T세포를 채취하여 체외에서 CCR5 유전자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게놈을 편집한 후, 편집한 T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서 환자에게 되돌리면 체내에서 HIV에 감염되기 어려운 T세포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HIV가 환자의 체내에서 대량으로 증식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에이즈 이외에도 백혈병이나 겸형적혈구증(鎌形赤血球症), X연쇄중증복합면역부전증(X連鎖重症複合免疫不全症; SCID-X1) 등을 대상으로 삼은 임상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방법은 환자 본인이나 건강한 기증자에게서 얻은 세포를 체외에서 게놈 편집하여 체내로 되돌리는 것이지만 환자에게 인공 효소와 치료용 유전자를 투여하여 체내에서 게놈 편집을 실행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게놈 편집의 장점과 윤리적 문제


인공 효소와 치료용 유전자를 이용한 방법은 환자로부터 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에 비하여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체외로 채취할 수 없는 세포도 유전자 변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보다 폭넓은 질병을 보다 낮은 가격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한편 윤리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수정 직후의 배아 단계에서 게놈 편집을 실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나 배우자가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어서 아이에게 유전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반면에 이른바 맞춤 아기(designer baby)가 탄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54월에 중국 중산대학(中山大學) 연구팀이 인간의 수정란에 게놈 편집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전 세계의 연구가들로부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새로운 치료 방법 개발이나 의료 발전과 연결되는 것이라면 수정란을 대상으로 삼은 게놈 편집이라고 해도 기초연구에 한정하여 인정하자는 기운도 있다. 201512월에는 게놈 편집과 관련된 국제수뇌회담이 개최되어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삼는 게놈 편집의 임상 응용은 제외하고, 기초연구나 비임상연구는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성명이 발표되었다.


게놈 편집을 응용하여 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이 교배를 거듭하게 하여 몇 세대 안에 생물 집단 전체에 변형한 유전자를 확대한다는 방법도 등장했다.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라고 이름 붙여진 이 방법을 이용하면 유해한 곤충이나 식물만을 환경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하며, 실제로 말라리아원충이 매개할 수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모기도 제작할 수 있다. , 이 경우에도 함부로 사용하면 종의 멸종이나 생물의 다양성 상실을 초래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환경에의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게놈 편집은 의료 분야에서 커다란 공헌을 기대할 수 있는 기술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의약품이나 의료에의 적용에 대해서는 임상 시험으로 그 유용성이나 안전성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암이나 에이즈, 난치병 등을 대상으로는 앞으로 5년 안에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 <4장 의료가 바뀐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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