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열네 살이 어때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13과 14는 단지 숫자 1의 차이이지만 우리 인생에 있어서는 매우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숫자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별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1년-아니 불과 몇 개월-은 갑자기 성숙되어지는 블랙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학년때는 재미있었던 일이나, 관심의 대상이었던 사물, 사람들이 한순간에 유치해 보이고 손발이 오그라 들 정도로 창피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야릇한 힘이 있는 것이 바로 13과 14살의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어찌보면 우리네 인생은 하루 하루 나이먹어가는 숫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 또는 자신의 변화에 의해 적응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단 며칠, 몇 달 사이에 성숙해지는 자신을 찾게 되니 말이다. 어찌보면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나이가 바로 14살, 중학생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자아가 형성되고, 사랑에 눈뜨고, 신체의 변화에 혼란스러워하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되고,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는 나이가 바로 14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 14세 아이들을 보면 우리때와는 매우 차이나는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하긴 나의 14세 시절은 기억속에서 온데 간데 없어졌지만 그래도 뒤지고 뒤져 찾아낸 기억은 그리 내놓을 정도가 아니니 그럴때마다 '아 정말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를 느끼게 된다. 내기억속의 14세기억은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돌아가셔서 귀여움은 커녕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만 기억이 난다. 심지어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입학식을 혼자 치러야 했으니 말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이 두 기억은 아직도 내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뱅뱅 돌고 돈다.  

또하나의 기억은 나에게 사춘기라는 이상야릇한 시절이 있었는지 하는 것이다. 어머니 말씀에 의해도 나는 사춘기 없이 지났다고 하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나에게도 사춘기는 있었을 것이다. 단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삭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당시 나에게 있어서의 사춘기는 어찌보면 사치였는지도 몰랐었나보다. 그래서 인지 14세하면 우울하고 외롭고 쓸쓸함만 남아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말이다. 

14살. 많은 것이 변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나가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 나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정도가 다이다. 남자라서 일까? 이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지난 시절이 그리워졌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그래서 가슴 설레였던- 무엇이 될까 고민하던 기억, 공부때문에 친구때문에 고민했던 기억이 아주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과연 지금다시 14살로 돌아가라면 선뜻 '그러마'라며 돌아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 처럼 다시 살고 싶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리 썩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은 14살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의 일상 속에서 자신의 희망, 가족애, 친구와의 우정, 자기도 모르게 피어나는 풋풋한 첫사랑,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 등을 가족과 친구를 통해 밝고 예쁘게 풀어내고 있다. 평범하고 남들처럼 꿈많은 14살 풋풋한 아이의 이야기를 쫒아가다보면 어느 덧 오래전 14살의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중학교 1학년인 조카에게 선물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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