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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다. 대체 이 땅 위를 흐르는 시간은 왜이리도 참혹한지. 세월호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4월을 지나, 늘 죄인 된 심정으로 맞는 5월을 지났더니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살육이 온 땅을 휩쓸고 지나갔던 6월이 되었다.


5월에는 한 강 소설가님의 소년이 온다를 다 읽고, 한 강 소설가님이 나오신 문학동네 채널1과 창비 라디오 책다방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채널1에서 신형철평론가님이 '광주의 5월이 모독당하는 현실'에 대해 언급하실 때, 라디오 책다방에서 김두식 교수가 '나는 민주화가 되면 그 때 권력을 잡던 그들이 더이상 정치판에 머무를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들이 더이상 자기 얘기를 큰 목소리로 못 할 줄 알았다, 그들 대신 새로운 야당이 생기고 새로운 여당이 생길 줄 알았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실 때 숨이 막힐 듯 갑갑해져서 중지 버튼을 누르고 잠시 쉬었다.


이 달에는 어떤 책을,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될까. 재작년 12월처럼 모든 게 점점 더 나빠질 뿐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경험하고 잔뜩 웅크린 마음으로 읽게 되진 않을까. 찌푸려 있던 미간을 억지로 펴며, 눈길이 간 책들을 꼽아 본다.




지난 달에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작년 5월에 읽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가 떠올랐다. 뭐야? 또 광주야? 광주에 대한 책 많잖아. 광주 얘기를 아직도 해야 해? 라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참담한 기분이 든다. 용산에서, 대추리에서, 강정에서, 끊임없이 광주가 반복된다. 세월호 역시 어쩌면 광주의 어떤 모습일지도. 어떻게 얘기하지 않을 수 있냐? 고 되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유태인들이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또 하는 것처럼. 거기서 생존한 이들이 거기서의 경험을 계속 말하고, 거기서 생존한 이들의 후손들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을 복원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이 책의 저자인 프리모 레비 역시 아우슈비츠가 잊혀지지 않게 만든 생존자들 중 한 명이다. 죽기 1년 전에 쓴, 유서 같은 책이라는 책 소개 때문에 더 읽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라는 제목을 보고 세월호가 생각나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달에 가장 읽고 싶은 책.



죽음에 대한 책을 자주 고르게 되는 건 지금 내 곁에 죽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겠지. 이번 달에는 죽음에 대한 책을 세 권이나 골랐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 수업, 신현림 씨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후에 자신의 애도를 제대로 표현하고 허무의 늪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은 알려주지 않을까. 100%의 정답을 주지야 못하겠지만 사소한 조언이라도 얻어 보고 싶다.



마지막 책은 마츠모토 세이초의 검은 수첩. 지난 달에 재미있게 읽었던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시리즈에서 신작이 나왔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책을 작년부터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라 그의 에세이에도 관심이 간다.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던데, '추리소설의 매력'이라는 부제의 1장과 '추리소설의 발상'이라는 부제의 2장이 가장 궁금하다. 특히 1장의 '왜 추리소설을 읽는 여성 독자가 늘었을까', '추리소설은 원래부터 내용이 이상하다', '추리소설의 수법에 관해 장래에 남은 문제' 같은 글은 제목만으로도 재미있어 보인다.




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순간, 평소보다 더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며칠 후에 있을 지방선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치평론가' 혹은 '여론조사 전문가'라는 명찰을 단 사람들이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내놓는 전망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희망이란 이 나라에 부재함을 새삼스레 절감하게 되니까. 그 와중에 오늘은 빨간 점퍼를 입은 정치인들이 '도와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더라(물론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의 보좌관들이 두눈을 부라리며 버티고 서 있었겠지만). 기가 막혀 헛웃음이 픽픽 나온다.


선거권을 가진 이래 항상 같았다. 부정적인 전망 속에 최악을 준비하며 차악을 기대해 왔다. 이번에는 어떨까. 얼마나 더 나빠질까. 조금 덜 나빠질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제 3일도 안 남았다는 사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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