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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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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나는 남/여를 나누고 각 성별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학이든 정신분석학이든 뇌과학이든 진화생물학이든, 뭘로 범주화하고 설명하든간에 읽는 내내 마음이 꺼끌꺼끌해져서 다 읽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들 다 읽은 '화성남자금성여자(아 반댄가? 아 확인하고 싶지 않다ㅠㅠ)'도 참고 참고 읽다가 결국 못다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도 그리 편안한 마음이 아니었고, 불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끝내 기분좋게 읽지 못했다.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참 좋은 책이고 참 감동 깊은 책이겠지만, 나에겐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ㅠㅠ



<남자를 위하여>


표지에서 먼저 눈길이 갔던 건 남자를 위하여라는 제목. 주체가 없는 듯 하지만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는 부제를 참고해 제목의 빈 문장 성분을 채워넣으면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알아야 할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거칠게 말하자면 '여자들아 너희들 남자를 잘 모르지? 남자는 너희가 아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 얘기 잘 듣고 남자에 대해 이해해~ 그리고 나서 남자들을 잘 받아들여주렴~♡'같다는 느낌…이었…달까;;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작가 스스로는 각각의 파트를 '책머리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첫째 장은 남자의 성격과 성향에 대한 내용으로 특히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경쟁심의 근원에 대해 알아 봄. 둘째 장은 남자들이 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대상에 리비도를 분산 투자하는 남자들의 특징을 설명함. 셋째 장은 남자들이 내면에 억압해 둔 부정적 감정 영역들에 대한 내용임. 넷째 장은 앞의 세 장에서 제안한 남자들의 심리에 대한 질문이자 해답 같은 내용임.


그렇지만 정말 각 장의 특징이 저렇게 잘 나타나고 있나…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남자들이 '남자라서' 갖는다는 불안과 폭력적/경쟁적인 성향과 성적 탐닉과 심리적 결핍에 대한 얘기들이 1장부터 4장까지 고루 퍼져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네 장의 구분에 대한 설명에서 설득력을 느끼지 못했다.

작가는 다양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취지로 주변에서 경험한 한국 남자 이야기, 신화, 외국 문학 작품, 외국 작가가 쓴 책에서 접한 사례 등등을 폭넓게 언급하고 있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삶의 경험과 배경이 서로 다른 개인들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공통적인 존재'라 묶음으로써 단순화하고 탈맥락화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들었다. 언급된 남자들의 상당수가 중산층의 화이트칼라라는 점도 아쉬웠고. 그런 면에서 생동감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 

이 책의 예상 독자가 전세계 사람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한국 여자거나 자기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한국 남자들 아닐까(뭐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도 읽을 수 있잖아! 라고 말하는 누군가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아-_-). 그렇다면 좀더 '한국 남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외국 신화나 민담이나 동화도 좋지만 차라리 한국 남자들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주는 민담이나 전설이나 동화 같은 게 더 생생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은.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이런저런 책을 읽고 사례들을 모아 정리한 '2차 자료' 같다는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는 건 확실한 아쉬움.



울고 싶어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그냥 남자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일반적인 특성 아니야?'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자꾸 이어졌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범주화를 전제로 쓰여진 글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특징'임을 알면서도 '이게 왜 남자의 특성이야? 이런 여자도 많은데?' 하는 생각이 자꾸자꾸 드는 거다. 경쟁에 대한 얘기라든지 사물을 사랑하는 남자 얘기라든지 감정을 숨기는 남자 얘기라든지…등등등.


특히 내가 가슴을 퍽 쳤던 순간은 192쪽을 읽던 때. 

남자의 심리를 주제로 다루는 책을 읽을 때 자주 의문에 빠졌던 대목이 있다. 왜 남자들은 항상 '배 째라!'는 식인가 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원래 그런 종족이다'라는 식의 내용들을 나열해두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였다. "남자는 원래 자기보다 강한 여자를 싫어하니, 남자를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그 앞에서 힘을 자랑하지 말라." "남자는 원래 철이 안 드는 종족이니 영원히 아들 보살피듯 그들을 보살펴라." "당신의 남편 혹은 남자 친구는 당신 인생에서 넘버원으로 존재하고 싶어한다. 이 사실을 명심하라." "남자가 혼자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그 부분을 집요하게 건드려서는 안된다."


아 그러니까요 작가님. 그런 말들 싫잖아요. 그런데 저는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순간들을 자꾸 만나요ㅠㅠ 물론 작가님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동원해 나름대로 남자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설명을 해주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러그러하기 때문에 남자는 그럴 수 밖에 없다"로 귀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남녀가 사이좋게 지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 보인다. 개인들이 사적인 관계에서 잘 지내는 길에는 명백히 검증된 방법이 있다. 그 방식을 더 큰 단위로 확장시켜 적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 순진한 환상을 꽃피워본다.'라니요ㅠㅠㅠ 결국 '여자야, 그런 남자를 이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렴~♡'이라는 건가요? 근데 그러면 마음이 진짜 평화로워지나요? 그리고 내 마음만 평화로워지면 모든 게 끝인가요? 아 물론 제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저한테는 끝일 수도 있겠죠. 근데 저는 그런 이해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없어요ㅠㅠㅠ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님이 말씀하신 그 '순진한 환상'이야말로 제게 평화를 주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I'm sorry but I'd prefer not to.


책의 뒷표지에는 위와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이 책이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조언이 될 거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을 읽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어갈 수 있겠다!'는 배움을 크게 얻지 못했다ㅠㅠㅠ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깨달음은 '나'라는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 책을 감동 깊게 읽었거나 이 책을 읽고 인생에 꼭 필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없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같지 않으니까.  누군가에게 이 책은 참 좋은 책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게는 맞지 않는 책인 것 뿐. 그러니 '헐 내가 좋아하는 책 왜 욕함? 이따위 글 집어치우고 다시 제대로 추천하지 못하겠음?!?!'하고 누군가 나를 비난하더라도, 안타깝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틀비의 이 말밖에 없겠다 : I'd prefer not to.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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