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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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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 스님의 책을 읽었다. 처음이다. 멘토나 힐링이라는 말에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던 때였다면 안 읽고 싶어했을 거다. 법륜 스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분이 '국민 멘토', '힐링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 남의 힘으로 할 수 있는 힐링 따위란 없고, 멘티와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를 주고받지 못하는 멘토는 의미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명약관화해진 지금은 뭐, 힐링이나 멘토 같은 말에 좀 무관심해져서 그런지 큰 거부감 없이 책을 펼칠 수 있었다.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 책의 예상 독자는 '잘 물든 단풍'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에게 당신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황금기답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고 어깨를 툭툭 쳐 주는 책이 인생 수업이다. 그러다보니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너무 오래 빠져 있지 않기, 퇴직 후에도 행복하게 일하기, 자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등에 대한 제언들을 책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식도 없고, 비혼 상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고, 퇴직 후의 삶(을 매일 생각하고 있지만 실행은 못 하고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것)과도 거리가 있다보니, 스님의 조언을 내 상황에 끼워맞춰보려고 낑낑대기보다는 인간이기에 당연히 지켜야 하고 몸에 익혀야 할 '보편적 충고'를 들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책을 읽었다. 이렇게 만난 스님의 말씀 중 내게 가장 와닿았던 것을 요약하자면 이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 인정하고, 자유로워지고, 감사해라.



* 모든 불만이란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이란 다른 말로 욕망일 테고, 바람일 테고, 소망일 테고, 기대일 테다. 나의 욕망과 남의 욕망은 같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때로 충돌하고 자주 갈등하므로 나의 욕망은 늘 미완성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욕망을 이루고 싶어하고, 그것이 이루어진 현실을 바라고, 간절히 소망하기도 하고, 기대를 갖고 기다리기도 한다. 그것이 완벽히 이루어지는 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그냥 인정하는 것. 나의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현실이 된 이상은 더이상 이상이 아닐 것이므로, 그것은 이상 자체의 숙명임을 담담히 긍정하는 것. 이런 마음을 몸에 익힌다면, 과도하게 기대하지도 욕심을 부리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의 이 말씀처럼.


길가에 난 풀 한 포기나, 산에 살고 있는 다람쥐나, 인생살이나 다 똑같습니다. 자기 자신은 특별한 줄 알지만 사실은 별거 아니에요. 아무리 잘난 척해도 100일만 안 먹으면 죽고, 코가 막혀 10분만 숨을 못 쉬면 죽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면 특별해져야 한다는 부담 없이 가볍게 살아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pp.16-17)


현재의 나로부터 출발하면 조금만 향상이 되어도 성과가 나니까 자긍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상상의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현실의 자기가 어느 정도 올라와도 늘 그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항상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겁니다. (p.82)


인생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먼저 지금까지 욕심내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삶의 우선순위를 뒤로 매겨야 합니다. (pp.51-52)



* 나의 사소함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돈이나 지위나 명예, 사회적 시선이나 사람들의 눈길로부터 자유로워져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살 수 있겠지. 그렇게 살고 싶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지 않고,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미루지 않고, 지금 내가 누리는 시간에 감사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스님의 말씀을 또다시 옮겨 보자면, 이렇게.


지도자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개인은 자꾸 제도에 책임을 물으면 끝이 안 납니다. 어차피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데, 제도 개혁은 시간이 걸리잖아요. 물론 끊임없이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불평불만 속에서 괴롭게 산다면 내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그래서 개개인도 조금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p.211)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저분은 나이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게 사는구나.' 여깁니다. 그런 모습이 바로 잘 물든 단풍이 아름답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 않고 순리대로 잘 늙어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p.226)



* 때때로 인생이 학교 같았으면, 또는 수업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졸업한 아이들 중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했던 말 중 졸업 이후부터가 진짜 고생이라고, 사회 나가면 지금보다 훨씬 힘들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인생이 수업이라면 틀리고 실수해도 괜찮을 텐데. 1교시를 망쳤어도 2교시에 잘 하면 되니까 기죽지 않을 텐데. 3교시에 잘못했어도 그 잘못을 통해 배운 걸 4교시에 써먹으면 되니까 좌절 같은 거 하지 않을 텐데. 


왜 우리는 인생을 수업 같이 살지 못하고 시험 같이 살아야 할까. 1교시에 실패했으면 2교시에 아무리 잘 해봤자 본전도 찾지 못하는 것처럼, 아둥바둥하며 집착하고 욕심 부리고 실망하고 괴로워하고 남을 미워해야 할까. 이 책의 제목, <인생 수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뇌었다. 내 삶을 수업이라 생각하자고. 한 번 일어난 일을 지울 수도 되돌릴 수도 없지만, 한 순간 한 순간이 내게 배움을 주는 거라 믿자고.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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