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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이 벌써 다 지나버린 2월의 둘째 날. 솔직히 첫 달에 나온 책들 중 눈에 확!!!! 띈 책은 없었다-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 그러다보니 다섯 권을 못 채우겠구나 싶었지만, 확!!!! 꽂히는 책 대신 '적당히' 읽어봐도 좋겠다 싶은 것들 중 몇 권을 고르기가 더 쉽지 않았다 하하하-_- 그렇게저렇게 고른 이번 달의 신간들은…




1.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라는 작가도 낯설고, 제목이 특별히 맘에 드는 것도 아니고('저녁이 있는 삶'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으음;), 표지가 맘에 팍 드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책 소개 페이지에 실린 이 문장들 때문이었다 : 무슨 짓을 하든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됐는데. 그냥 그렇게 있기만 해도 됐는데.


어머니/가족과 자살에 대한 욕망을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있다는 소설. 어머니/가족이란 너무 진부한 주제인지도 모르지만,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져오는 '영원한 숙제'인 것도 사실이다. 어머니/가족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해 얘기해보라면 누구나 할 말이 너무 많다고 하겠지만, 그 한편에는 어머니/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아련함과 애틋함과…그 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그 감정들은 결국 어머니/가족로부터의 애정을 갈구하는 것의 다른 이름일 테니.


나이가 들면서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얼마 전부터는 더더욱 가족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나에게, 어머니/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려다가 죽음을 보류하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참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생각 때문에 더더욱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슨 짓을 하든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그 사람, 나의 아버지/어머니/동생,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2. 일러스트 이방인

카뮈 전집을 출간한 세계사에서 카뮈 탄생 백 주년을 맞이해 출간했다는 이방인의 일러스트판.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은 호세 무뇨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세계적 거장…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낯선 이름이다보니ㅠㅠ 위키에서 검색해봤다. 1942년생, 아르헨티나의 만화가고 '하드보일드한 그래픽 노블'을 그리는 작가라고. 책 소개 페이지의 설명으로는 2012년 봄에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큰 화제를 일으키며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표지 느낌도 괜찮다.


출판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몇 편의 일러스트를 미리 봤는데, 뫼르소가 총 쏘는 장면이라든지 땀흘리는 장면이라든지…흑백의 절제된 톤이 아이러니하게도 강렬했다. 화려한 컬러도 아닌데 뫼르소의 심란하고 복잡한 그 내면 세계를 어쩌면 이리 섬찟한 느낌이 들게 그려냈는지. 책 한 권을 다 보고 있다 보면 중간중간 숨막히는 느낌이 들 것도 같지만 그런 숨막힘이야말로 이방인이 선사하는 가장 '주된' 감정이니 오히려 기대될 뿐이다. 일러스트와 같이 읽는 이방인은 어떨까,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방인의 장면과 호세 무뇨스가 그려낸 장면들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다.



3. 끝까지 연기하라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처럼 낯선 작가의 작품. 책 소개 페이지의 설명으로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소설, 역사소설 작가라지만 우리 나라엔 거의 소개되지 않은 것 같은, 로버트 고다드라는 소설가. 평소 같으면 '뭐 그냥 그런 것 중 하나'라 생각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소설이었는데 주인공의 상황이 눈길을 끌었다. '그저 그런 연극을 순회공연하고 있는 왕년의 스타'라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존하는 스타'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설정이다, 개인적으로는!ㅎ


나는 경찰검찰판검사 등이 미스터리물보다는 사립탐정 혹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물을 더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는 점도 맘에 든다. 또 미스터리물에 반전이 있는 거야 필수 조건이라 할 만 하지만, 로버트 고다드의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반전'이라는 것도 관심이 가는 이유 중 하나고. 번역자가 부모성함께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과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사소한 이유들.



4. 라이프보트

얼마 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인터뷰를 듣다가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 인용되어 있다는 살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 1884년에 한 배가 표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식량이 모자라자 다수의 의견에 따라 배에 타고 있던 소년을 죽여 먹었다고. 만약 '정의'를 '다수를 위한/다수가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때 소년을 죽어 먹은 결정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봐야 하는가? 물론 나는 '정의'가 '다수를 위한/다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그 결정 역시 정의롭지 않다고 한칼에 자를 수 있지만(전제가 틀리면 명제도 틀리는…뭐 그런 거ㅎ) '다수가 행복하면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어려운 문제일 거다. 그 어려운 문제를 바탕으로 해서 쓰인 소설이 바로 이 <라이프보트>라고 한다. 제목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팍팍…


작가는 건축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다가 집에서 세쌍둥이를 기르고 혼자 독학으로 글쓰기를 공부했다고 한다. 변호사인 남편의 서재에서 책을 보다가 이 사건을 알게 되었고 영감을 받았다고. 세상에 어머님, 세쌍둥이 기르는 것만으로도 고단하고 시간이 빠듯했을텐데 어떻게 독학으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소설까지!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눈여겨볼만한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만 뿌리가 된 실화 자체도 워낙 이슈가 될 만한 것이니 더더욱 관심이 간다. 하지만 표지는 음, 너무, 뭐랄까, 너무 직설적인 느낌이라 아주 맘에 들진 않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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